[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문 정부 칼날에 사업 구조 재편 ‘발등의 불’…‘애물단지’ 주택사업에 비상등
[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문 정부 칼날에 사업 구조 재편 ‘발등의 불’…‘애물단지’ 주택사업에 비상등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11.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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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한층 더 강화되자 생존법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송파구 잠실, 용산구 한남동 등 강남4구를 포함한 8개 자치구와 27개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2015년 4월 폐지된 이후 4년 7개월 만에 부활했다.

관련업계는 박근혜 정부 당시 부동산 부양정책에 편승해 주택사업 비중을 크게 높였다. 그러다 현 정권이 규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주택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실제 1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순, 2018년 기준)의 매출 중 주택·건축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년간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사업의 경우 보통 사업수주 이후 2년~3년 뒤에 매출이 발생한다.

20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10대 건설사(2016년과 비교 불가한 HDC현대산업개발 제외)의 국내 주택·건축사업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9개 건설사의 매출액은 총 23조20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2분기 17조329억원보다 무려 36.2%(6조1708억원) 증가한 규모다.

조사 대상 중 8개 건설사는 주택·건축사업 매출이 크게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만 유일하게 관련 매출이 줄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 정권의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매출 대비 주택사업 비중이 크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라며 “딱히 주택사업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이 생기는 사업에 더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돌파구

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에 따라 주택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건설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

실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동향브리프’에 따르면 내년 민간 수주전망은 91조1000억원으로 올해 103조9000억원 대비 12.3%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2014년(66조7000억원) 이후 6년 내 최저치로, 주택·비주거 건축 수주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권에서 주택사업의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투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아시아나항공, 현대건설
사진=아시아나항공, 현대건설

특히 주택사업의 비중이 큰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건설사는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12일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초 입찰 예상가였던 1조5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2조4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공격적인 투자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하는 88%가 주택사업에 편중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 등 사업의 다양성 확보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건설도 주택사업을 벗어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산운영 서비스 브랜드인 ‘엘리스’를 출시하고 임대관리업에 진출한 것.

롯데건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탁 관리를 비롯해 주거시설의 책임관리서비스와 비주거 시설에 대한 개발, 건설, 운영, 관리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부동산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동남아 등 해외 인프라 사업에도 역량을 넓혀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업의 경우 다른 산업과 달리 부동산 등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정부 정책이나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위한 사업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주택사업 비중이 낮은 건설사들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올 2분기 주택·건축 매출 비중이 전체의 46% 수준에 불과하다. 2016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 상승했지만 전체 매출 대비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GS건설과 SK건설도 50%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SK건설의 경우 주택·건축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26%(949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이들 건설사 역시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주택사업 침체를 기존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현대건설은 국내외에서 에너지와 석유화학플랜트 사업의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에서 3조원 규모의 해수처리 플랜트 사업,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조2000억 규모의 플랜트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향후 파나마, 이라크, 사우디 등 세계 곳곳에서 토목, 플랜트, 건축 등의 수주가 기대된다.

SK건설은 해외 투자개발형사업에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영국과 벨기에에서 잇따라 깃발을 꼽았다.

SK건설은 6월 해외기업 4곳과 함께 런던교통공사가 발주한 영국 런던 실버타운 터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 사업비는 1조5000억원 규모다. 영국에 이어 벨기에에서도 약 170억원 규모의 PDH 플랜트 기본설계(FEED) 수주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 등에서 추가적으로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플랜트 등을 비롯해 사업의 균형이 범위 내에서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주택사업이 최근 몇 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 건설사의 경우 4년 이상의 수주 잔고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든든한 곳간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성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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