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찬밥 신세다.
출시 후 4개월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고, 한때 250만명 고지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후 관심이 뚝 끊겼다. 이제는 200만명 유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원인은 수익률과 혜택이 현실적이지 못한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상품포트폴리오의 전면적인 개선을 통해 수익률 등을 현실화하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에서 운영하는 ISA 가입자는 올 10월 말 기준 210만682명이다. 이는 지난해 말(215만3764명) 대비 2.5%(5만3082명) 감소한 규모다. 가입자가 가장 많았던 2016년 11월(240만5863명)과 비교하면 3년 동안 12.7%(30만5181명) 줄었다.
ISA는 2016년 3월 저금리‧고령화시대에 국민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상품이다.
출시 당시 ISA 통장 하나만 가지면 예금과 적금, 파행결합증권(ELS),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렸다.
여기에 투자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그 이상부터는 9.9%의 분리과세만 적용돼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관심도 상당했다. 일반 투자 상품의 세율(15.4%)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이유에서다.
이에 출시 첫 달인 2016년 3월 한 달 동안 무려 120만4225명이 가입했다. 또 같은 해 11월 240만5863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동력을 잃고, 감소세로 전환됐다. 2016년 12월 239만778명으로 줄어든 뒤 1년 후인 2017년 말 211만9961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에는 반등에 성공하며 215면3764명으로 소폭 늘었으나, 이후 다시 떨어져 200만명선이 위태한 지경에 이르렀다.
기대
ISA의 인기가 꺾인 것은 수익률과 혜택이 금융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비과세 혜택의 효과가 생각보다 낮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ISA 가입자(서민형 가입자 제외)는 연 2000만원 한도로 5년 간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이때 수익의 200만원까지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이자 수익이 200만원이면, 이자 소득세 15.4%에 해당하는 30만8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이론적일 뿐 실상은 다르다. 전 금융권 ISA 가입자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1인당 297만8985원 꼴이다. 수익률은 일임형 MP(모델 포트폴리오) 기준 10% 정도다. 이 경우 수익은 29만원 가량이고 비과세 혜택은 4만4660원에 불과하다. 거창한 간판과는 다르게 실제 혜택은 쥐꼬리인 셈이다.
더욱이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 두 종류로 나뉜다. 신탁형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을 하는 방식이고, 일임형은 금융회사에 돈과 운용 권한을 맡긴다. 대다수 가입자는 일염형 대비 수수료 부담이 낮다는 이유로 신탁형을 선호한다.
실제로 10월말 기준 신탁형 가입자는 185만6862명(88.4%)에 달한다. 반면 일임형은 24만3820명(11.6%)에 불과하다.
신탁형 가입자들이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선택하는 대신 안전을 선호한다. 10월 말 신탁형 ISA에 가입한 금액 5조7718억원 가운데 예‧적금에 79.4%(4조5824억원)가 몰려있다. 가입자 대부분이 ISA를 사실상 예금통장 비슷하게 쓰는 것이다.
신탁형 ISA 평균 수익률은 3% 안팎이다. 여기에 수수료까지 붙으면서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 살짝 나은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혜택도 별 볼일 없고 수익률도 낮은데 투자금을 마음대로 뺄 수도 없다. 기본 5년간 돈을 묶어놔야 하는데다가 초창기에는 중도인출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 또 5년을 못 기다리고 중도해지하게 되면 세제혜택이 무효가 돼 그동안 받은 혜택을 토해내야 한다.
결국 따져보면 만능통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고객을 유인할 실질적인 장점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ISA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ISA의 수익률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가입자나 금융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니 우선적으로 세제 혜택을 높이고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전환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여론과 관련, 각 기관과 협의사항이라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다만 세제 혜택 확대 등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세제혜택 확대는 금융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기획재정부 등 기관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ISA를 연금계좌와 연계했을 때 세제 한도를 늘리는 등의 개선 및 변화는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