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만능통장’이라던 ISA, 반짝 흥행 후 ‘찬밥 신세’…전문가 “수익률‧혜택 현실적 개선” 주문
[이지 돋보기] ‘만능통장’이라던 ISA, 반짝 흥행 후 ‘찬밥 신세’…전문가 “수익률‧혜택 현실적 개선” 주문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2.0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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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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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찬밥 신세다.

출시 후 4개월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고, 한때 250만명 고지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후 관심이 뚝 끊겼다. 이제는 200만명 유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원인은 수익률과 혜택이 현실적이지 못한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상품포트폴리오의 전면적인 개선을 통해 수익률 등을 현실화하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에서 운영하는 ISA 가입자는 올 10월 말 기준 210만682명이다. 이는 지난해 말(215만3764명) 대비 2.5%(5만3082명) 감소한 규모다. 가입자가 가장 많았던 2016년 11월(240만5863명)과 비교하면 3년 동안 12.7%(30만5181명) 줄었다.

ISA는 2016년 3월 저금리‧고령화시대에 국민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상품이다.

출시 당시 ISA 통장 하나만 가지면 예금과 적금, 파행결합증권(ELS),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렸다.

여기에 투자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그 이상부터는 9.9%의 분리과세만 적용돼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관심도 상당했다. 일반 투자 상품의 세율(15.4%)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이유에서다.

이에 출시 첫 달인 2016년 3월 한 달 동안 무려 120만4225명이 가입했다. 또 같은 해 11월 240만5863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동력을 잃고, 감소세로 전환됐다. 2016년 12월 239만778명으로 줄어든 뒤 1년 후인 2017년 말 211만9961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에는 반등에 성공하며 215면3764명으로 소폭 늘었으나, 이후 다시 떨어져 200만명선이 위태한 지경에 이르렀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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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ISA의 인기가 꺾인 것은 수익률과 혜택이 금융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비과세 혜택의 효과가 생각보다 낮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ISA 가입자(서민형 가입자 제외)는 연 2000만원 한도로 5년 간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이때 수익의 200만원까지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이자 수익이 200만원이면, 이자 소득세 15.4%에 해당하는 30만8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이론적일 뿐 실상은 다르다. 전 금융권 ISA 가입자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1인당 297만8985원 꼴이다. 수익률은 일임형 MP(모델 포트폴리오) 기준 10% 정도다. 이 경우 수익은 29만원 가량이고 비과세 혜택은 4만4660원에 불과하다. 거창한 간판과는 다르게 실제 혜택은 쥐꼬리인 셈이다.

더욱이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 두 종류로 나뉜다. 신탁형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을 하는 방식이고, 일임형은 금융회사에 돈과 운용 권한을 맡긴다. 대다수 가입자는 일염형 대비 수수료 부담이 낮다는 이유로 신탁형을 선호한다.

실제로 10월말 기준 신탁형 가입자는 185만6862명(88.4%)에 달한다. 반면 일임형은 24만3820명(11.6%)에 불과하다.

신탁형 가입자들이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선택하는 대신 안전을 선호한다. 10월 말 신탁형 ISA에 가입한 금액 5조7718억원 가운데 예‧적금에 79.4%(4조5824억원)가 몰려있다. 가입자 대부분이 ISA를 사실상 예금통장 비슷하게 쓰는 것이다.

신탁형 ISA 평균 수익률은 3% 안팎이다. 여기에 수수료까지 붙으면서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 살짝 나은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혜택도 별 볼일 없고 수익률도 낮은데 투자금을 마음대로 뺄 수도 없다. 기본 5년간 돈을 묶어놔야 하는데다가 초창기에는 중도인출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 또 5년을 못 기다리고 중도해지하게 되면 세제혜택이 무효가 돼 그동안 받은 혜택을 토해내야 한다.

결국 따져보면 만능통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고객을 유인할 실질적인 장점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ISA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ISA의 수익률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가입자나 금융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니 우선적으로 세제 혜택을 높이고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전환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여론과 관련, 각 기관과 협의사항이라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다만 세제 혜택 확대 등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세제혜택 확대는 금융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기획재정부 등 기관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ISA를 연금계좌와 연계했을 때 세제 한도를 늘리는 등의 개선 및 변화는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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