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왜? 우리는 안 되는 거야!”…짠테크, 시중은행은 ‘잠잠’, 카뱅은 대박 행진
[이지 돋보기] “왜? 우리는 안 되는 거야!”…짠테크, 시중은행은 ‘잠잠’, 카뱅은 대박 행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2.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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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시중은행들이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수신 상품들이 잇따라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속도 쓰리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26주 적금’과 ‘모임통장’, ‘저금통’ 등은 이른바 짠테크(짠돌이+재테크)를 겨냥한 금융 상품이다. 시중은행은 과거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내놓은 전례가 있다.

더욱이 시중은행들은 재미를 못 봤던 상품들인데 카카오뱅크만 거치면 소위 ‘대박’이다. 속이 쓰린 이유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일 잔돈 저축 상품인 저금통을 출시했다. 짠테크 상품의 일환으로 실제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듯, 매일 소비자가 선택한 카카오뱅크 입출금 계좌의 1000원 미만 잔액(1원~999원)을 저금통 계좌에 자동 이체하는 서비스다.

반응이 뜨겁다. 23일 오후 1시 기준 계좌개설수가 100만좌를 넘어섰다. 카카오뱅크의 업데이트가 이뤄진 10일 오후 3시부터 가입이 가능했던 점을 감안하면 12일 21시간 만에 달성한 수치다.

또 다른 짠테크 상품 ‘26주 적금’도 출시(2018년 6월) 후 한 달 만에 30만 계좌 가입을 달성하는 등 흥행몰이를 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계좌 수는 413만좌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회비관리서비스 ‘모임통장’ 역시 돌풍을 일으킨 사례다. 카카오톡 초대와 공유 기능을 활용해 모임 회비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30대는 물론이고 40대 이상 장년층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이에 출시 1년여 만인 지난달 말 기준 이용자는 481만명, 계좌 수는 128만좌를 달성했다.

명암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짠테크 상품들의 원조는 사실 따로 있다. 짠테크 개념은 2017부터 유행어처럼 번졌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KEB하나은행의 ‘오늘은 얼마니? 적금’(2017년 5월 출시) ▲신한은행의 ‘한달애(愛)저금통’(2017년 11월 출시) ▲우리은행 ‘위비 짠테크 적금’(2017년 5월 출시) ▲KB국민은행 ‘KB리브와 함께 매일매일적금’(2017년 3월 출시) 등이 있다. 모두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보다 1년 앞서 등장한 상품들이다.

모임통장 역시 IBK기업은행의 ‘IBK모임통장’이나 우리은행의 ‘우리U모임통장’ 등이 2011년에 서비스를 개시했을 정도로 역사가 제법 되는 상품 유형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바로 흥행 여부다.

실제로 시중은행 모임통장의 출시 1년차 실적을 비교해보면 우리u모임통장은 2012년 말 기준 계좌수가 1만938좌에 불과했다. IBK모임통장은 사정이 좀 나았지만 같은 기간 8만4353좌에 머물렀다. 저조한 실적 영향으로 우리U모임통장은 지난해 5월 판매가 종료됐고, IBK모임통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윤호영 한국카카오은행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카카오톡의 초대와 공유 기능을 활용해 동아리, 동호회 같은 모임의 회비를 관리 할 수 있는 '모임통장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호영 한국카카오은행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카카오톡의 초대와 공유 기능을 활용해 동아리, 동호회 같은 모임의 회비를 관리 할 수 있는 '모임통장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의

카카오뱅크의 잇따른 성공은 사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크게 개선한 영향이라는 평가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침과 동시에, 시중은행보다 간편한 구성으로 고객을 끌어 모았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기존 모임통장의 경우, 모임 회원이 은행 고객이 아니면 은행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은행 어플리케이션(앱) 이외의 앱을 별도로 내려 받거나, 공인인증서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도 거쳐야 한다.

반면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은 영업점 방문 없이 회원가입이 가능하고, 계좌를 개설하거나 따로 인터넷뱅킹서비스를 신청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 메신저앱과 연계해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

이병수 카카오뱅크 수신파트 매니저는 "타 금융기관에서 앞서 모임통장과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지만 복잡한 가입 절차와 불편한 접근성 등으로 인해 사용률이 높지 않았다"며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은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상품을 답습하지 않고, 독특하게 재해석한 카카오뱅크의 아이디어도 주목할 점이다.

예를 들어 저금통의 경우 쌓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10만원이다. 작은 실물 돼지 저금통을 동전으로 가득 채웠을 때 기대하는 금액이 10만원 정도인 점을 반영한 것이다. 또 돼지 배를 가르기 전까지 얼마가 모였는지 알 수 없듯, 카카오 저금통에 쌓인 금액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실제 저금통에 저금하는 느낌과 재미를 살렸다는 평가다.

단순히 금리를 얹어주는 상품 구조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금융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미요소를 더한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에서도 이러한 점을 의식해 상품 개발과 앱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딱딱한 상품 형식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며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금융상품에 간단한 과제를 넣어 완수 시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등 이전보다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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