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대한민국 재계를 이끌던 큰 별이 졌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지난 19일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영면에 들었다. 향년 99세.
1922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난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사촌 형이 마련해 준 노잣돈 83엔을 들고 일본 시모노세키행 배를 탔다. 이후 와세다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1944년 선반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기업 경영인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2차 대전 때 공장이 전소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신 명예회장은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뒤 껌 사업에 뛰어들었고 1948년 일본 도쿄에 최초의 롯데를 설립했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 길이 열리자 한국에서 1967년 롯데제과에 이어 1972년 호텔 롯데, 1974년 롯데쇼핑을 잇달아 설립했다. 1995년에는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해당 분야 최초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영예를 얻었다.
이후 국내 최대 식품기업에서 관광, 유통, 화학과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현재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이밖에도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에 이어 롯데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7년 4월3일 초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가 세워졌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위기를 맞은 것.
경영권 분쟁이 수년간 지속하는 사이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 롯데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국내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내려오며 67여 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게 됐다.
또한 신격호 명예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경영비리 혐의로 2017년 12월 징역 4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은 면했지만 이후 건강 악화로 인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결국 19일 영면에 들었다.
한편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대한민국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