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민원 봇물 터졌던 증권가, 소비자보호 낙제점…시민사회 “견고한 보호 체계 구축해야”
[이지 돋보기] 민원 봇물 터졌던 증권가, 소비자보호 낙제점…시민사회 “견고한 보호 체계 구축해야”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0.02.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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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양지훈 기자 = 증권업계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민원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폭증했다. 전산 장애로 인한 불만이 절대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를 제외한 전체 민원건수도 10% 늘었다.

이에 증권사들은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10개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우수’ 등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증권업계의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 사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도적‧법률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금융투자협회 민원건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에서 총 3762건의 민원이 발생해 전년(1203건) 대비 무려 213% 증가했다.

민원이 대폭 늘어난 것은 유진투자증권에서 지난해 8월9일 발생한 전산장애 때문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 장애가 약 3시간 이어졌다.

이에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에만 전산 장애 민원이 2437건에 달했다.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 증권사 총 민원건수는 1325건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2019년 주요 증권사 민원건수. 자료=한국금융투자협회
2019년 주요 증권사 민원건수. 자료=한국금융투자협회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중에서는 지난해 KB증권의 민원이 277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대우(255건) ▲한국투자증권(98건) ▲신한금융투자(76건) ▲하나금융투자(63건)가 뒤를 이었다.

증권사들은 금융소비자 보호 전반에 대한 평가 지표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8년도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 결과’에 따르면 10대 증권사 중 7개사가 종합 등급 ‘양호’, 3개 증권사는 ‘보통’으로 분류됐다. 가장 높은 ‘우수’에 해당하는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양호 등급으로 분류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 등 7개사다. 보통 등급은 ▲대신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3개사다.

평가부문은 ▲민원 발생건수 ▲소비자 대상 소송건수 ▲금융사고 ▲소비자 보호 조직 ▲상품 개발 및 판매 과정에서의 소비자 보호 체계 등 10개 항목이다.

종합 등급은 우수‧양호‧보통‧미약‧취약 등 5개 등급으로 구분되며 전체 금융회사 중 ▲국민은행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3개사만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익명을 원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소비자 보호 부서를 대부분 소수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보호협의회 운영을 통한 업무 개선 등이 어렵다”며 “체계화된 민원관리시스템 구축‧운영, 소비자에 유용한 정보 제공 등의 업무 수행이 대체로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쇄신

증권사들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CCO) 선임이다. 지난 1월1일부터 개정‧시행 중인 금융위원회의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에 따르면 CCO 선임 대상 금융기관은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민원 발생 빈도(과거 3개년 평균 증권업계 내 4% 이상인 증권사)에 따라 구분된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 4개사다.

독립 CCO 선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2월13일 정유인 인재개발본부장을 CCO로 선임했다.

NH투자증권은 같은 달 16일 양천우 상무를 CCO로 선임했다. NH투자증권은 독립 CCO 선임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지침을 선제적으로 따른다는 설명이다.

정치권도 움직임 바빠졌다. 국회에는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2011년 최초 법안 발의 후 무려 9년이나 표류했다. 지난해 11월25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이달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판매 시 상품 특징 설명 의무 ▲불공정행위 금지 ▲부당 권유 금지 ▲소비자 재산 대비 금융상품 적정성 원칙 등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하는 6대 판매 규제 원칙을 일부 금융상품이 아닌 모든 상품에 적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다만 핵심 쟁점 사안이던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은 제외됐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과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단행된 CCO 선임은 긍정적”이라며 “조직 개편에 따른 실효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금까지 금융당국과 국회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지 못했다.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만큼 견고한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사고에 대비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도적‧법률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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