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아파트로 인생역전? 부동산 광풍에 ‘폭탄 돌리기’까지…“상투 잡을라” 우려 점증
[이지 돋보기] 아파트로 인생역전? 부동산 광풍에 ‘폭탄 돌리기’까지…“상투 잡을라” 우려 점증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3.09 08: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 열기가 비강남권을 포함한 경기 지역 등으로 확산되며 광풍으로 번지고 있다.

똘똘한 아파트 한두 채만 있으면 인생 역전까지 가능하다는 희망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더욱이 더 늦으면 평생 아파트를 살 수 없을 것이란 공포까지 매매 열기에 합세해 아파트값이 치솟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심지어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 하나 마련하지 못하면 “이번 생은 망한 것”이라는 푸념까지 터져 나온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다수 국민이 아파트 매매에 혈안이 된 이유는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워블로거, 유튜버 등의 세력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급등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 강화 등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매매 열기가 가라앉으면 일명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품이 꺼진다면 상투를 잡은 사람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다.

9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인천 검단에 프리미엄 1억원이 붙은 아파트가 등장했다. 오는 2021년 7월 입주하는 검단 금호어울림더센트럴 전용 84㎡ 분양권에 1억1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것. 이밖에 검단 내에서 전매제한이 풀린 몇몇 아파트는 최소 2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앞서 경기 수원, 용인, 의왕 등도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수원과 안양 등은 각종 개발호재 등이 겹치며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지난주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수원 영통구(3.53%), 권선구(2.72%), 용인 수지구(2.61%) 등이 큰 폭으로 뛰었다.

서울 강남에서부터 시작된 부동산 투자 열기가 펄펄 끓었고 점차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정부가 대책을 내세우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나타나는 풍선효과다.

이는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때문이다. 이자는 낮고 펀드는 불안해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으로 뭉칫돈이 몰리는 것.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 등으로 옥죄자 강남 등에 집중됐던 투기 세력들이 수도권을 포함한 비강남권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 실소유자들의 가세도 집값 상승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30대의 매매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청약 가점이 높아지면서 분양받기 어려워졌다는 걸 인식한 청약 대기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30대 아파트 매입자는 40대를 뛰어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가 쌓였다. 그래도 개발 호재 등이 있는 지역은 여전히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30대의 경우, 아파트값이 더 오르기 전에 정부 규제가 더 심해지기 전에 사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열기

작금의 부동산 시장은 광풍 그 자체다.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정 세력들도 아파트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유명 블로거,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은 블로그, 유튜브,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집값이 오를 지역을 찍어주고 있다. 우르르 몰려 경기 등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일명 ‘부동산 쇼핑’을 나서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투기 세력은 물론 실수요자들도 아파트를 사기 위해 정보를 교환하고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아파트값 상승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의 낙폭은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더욱이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를 통해 근로소득으로는 꿈꿀 수도 없는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고 나아가 ‘인생 역전’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함 랩장은 “일단 동결됐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추후 기준금리가 더 인하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부동산 열기가 식지 않을 것”이라며 “몇몇 지역의 경우, 가격 상승 피로감이 있어 하락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 상황은 여전히 상승론에 조심스럽게 무게가 실린다”고 진단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폭탄

일각에서는 가격 거품이 사라지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집값은 언젠가 떨어지게 돼 있으며 부동산 가격 안정화라는 정부의 스탠스도 명확해 추후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도 하락론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의 경우, 집값 하락 시 받는 타격이 더 크다. 감당해야 할 이자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가계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57조8000억원 늘었다. 그중 주택담보대출이 12조6000억원 증가했다.

익명을 원한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택매매 거래 증가, 전세자금 수요 지속 등으로 주택대출 증가 폭이 확대됐고 기타대출도 계절적 수요 및 주택거래 관련 부대비용 발생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집값 거품이 꺼진다면 얼마 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비트코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당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목받으면서 투기 열풍을 만들었지만 추후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했다. 뒤늦게 비트코인에 뛰어든 사람들은 엄청난 재산상의 손실을 봤다. 부동산 광풍이 멈출 때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파트 등 부동산은 실체가 없는 비트코인과는 전혀 다르지만 급격히 상승한 가격이니 만큼 빠지는 것도 순식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보유세 등을 강화하는 정책이 더해진다면 투자 매력이 사라지게 돼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은 폭락할 수 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고가주택과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며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는 철저히 차단한다는 대원칙에 어떤 타협이나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대출 등 무리한 투자를 지양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매매를 해야만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거품론을 논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좀처럼 예상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집값 거품이 사라진다면 상투를 잡은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선도세력으로 집값을 끌어올렸던 부동산 투기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들이 시장에 매물을 쏟게 된다면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후발주자로 집을 산 실수요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