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증권가, 미래사업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콕 짚었는데…高수익률 불구, 성장 지지부진
[이지 돋보기] 증권가, 미래사업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콕 짚었는데…高수익률 불구, 성장 지지부진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0.03.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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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양지훈 기자 = 증권업계가 미래전략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AI의 금융상품 투자)’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저렴한 수수료와 함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가입 금액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은행권과 비교하면 0.7%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퇴직연금 관련 상품을 개발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금융 업종별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자수와 가입 금액 추이. 자료=코스콤 RA 테스트베드 사무국
금융 업종별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자수와 가입 금액 추이. 자료=코스콤 RA 테스트베드 사무국

12일 이지경제가 코스콤의 ‘2019년 4분기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운영현황’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 가입 금액은 ▲2017년 19억9000만원 ▲2018년 69억2000만원 ▲2019년 67억2000만원에 그쳤다. 가입자 수 역시 ▲2017년 2604명 ▲2018년 6023명 ▲2019년 6928명으로 1만명 돌파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반면 은행권 가입 금액은 ▲2017년 4156억원 ▲2018년 6640억원 ▲2019년 9498억원으로 매년 30% 이상 급증하고 있다. 가입자수도 ▲2017년 3만5928명 ▲2018년 5만828명 ▲2019년 12만1404명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증권사의 가입 금액 및 가입자수는 은행권 대비 각각 0.7%, 5.7% 수준에 그쳤다.

증권업계 로보어드바이저시장이 더디게 성장 중이지만 성적표는 A급이다.

관련업계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연간 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안정추구형 7.43% ▲위험중립형 11.37% ▲적극투자형 14.99%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비교 대상이 되는 코스피200 지수의 같은 기간 연간 수익률이 12.1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없다.

연간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있다. 키움증권 ‘키움 멀티에셋 알고리즘’은 지난해 27.76%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밖에도 ▲NH투자증권 ‘QV 글로벌 자산배분’ 27.76% ▲대신증권 ‘대신로보밸런스(글로벌형)’ 20.07% 등으로 효자 노릇을 했다.

정체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SK증권 등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영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조언자(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이 PB(프라이빗 뱅커)의 역할을 직접 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가 ▲적립할 금액 ▲적립 기간 ▲투자 위험도 등을 설정해 로보어드바이저에게 제시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미리 설계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투자 상품을 제시한다. 이후 투자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제시한 포트폴리오 및 과거 수익률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임하게 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다. 자문 수수료가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 대비 30% 수준이다.

저렴한 수수료와 우수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이 정체 현상을 빚는 것은 대중화 문제라는 진단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도화된 자산관리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며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과나 역량의 문제보다는 워낙 낮은 수요 때문에 성장세가 더딘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화

증권업계는 관련시장의 미래 가능성에 주목해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알고리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공개된 알고리즘 가운데 지난해 운용을 시작해 심사 중이거나 운용 심사를 완료한 알고리즘은 100여개에 이른다.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미래 사업으로 간주하는 증권사가 많다는 의미다.

익명을 원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분야를 키우려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로보어드바이저를 주력 사업으로 간주하고 활성화할 증권사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성장하려면 퇴직연금 중심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는 대부분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 상장 종목 추천, 매매 타이밍 자문 제공 등에 쏠려 있다.

이성복 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퇴직연금 자산관리에 도입해 전통적인 투자의 대안으로 성장시킨 미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퇴직연금 분야가 로보어드바이저 영역에 안착하면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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