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뒷담화] 스폰서 연결고리 ‘이상한 매니저’ 누구?
[연예계 뒷담화] 스폰서 연결고리 ‘이상한 매니저’ 누구?
  • 유병철
  • 승인 2011.03.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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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은 ‘매니저’인데 하는 일은 ‘브로커’

[이지경제=유병철 기자] 유명 연예기획사 실장으로 근무했던 A씨의 현재 직업은 좀 이상한 매니저다. 겉으로 보면 매니저인데 소속 연예인도 없고, 회사도 없다.

 

방송 관계자나 영화 관계자도 만나지 않는다. 하루 일과도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외출할 뿐 대부분 집에서 보낸다. 그러나 그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골프장과 승마장도 열심히 다닌다. 밤에는 강남 룸살롱과 가라오케에서 살다시피 한다.

 

 

A씨의 직업은 정확히 말하면 매니저 출신 브로커다. 신인 탤런트나 연기자 지망생을 돈 많은 남자들과 연결해 주는 일이 그의 신종 밥벌이인 것이다.

 

A씨는 “매니저로 열심히 일하는 친구나 후배를 보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수입을 생각하면 후회하지 않는다”며 “매니저로 일하면 기껏해야 월급 300만원을 받지만 이쪽은 한 건만 제대로 성사되면 기본 단위가 1000만원으로 뛴다. 한번 이쪽에 발을 담그면 절대 그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털어놓았다.

 

A씨에 따르면 연예계 데뷔를 목표로 캐스팅을 했지만 지명도가 없는 경우 잠자리 시중으로 유도한다는 것. “그 사람 눈에만 들면 네 인생이 변한다. 스타 ○○○도 저 사람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식으로 유혹을 한다. 집안 경제력이 약하거나, 양친이 생존해 있지 않은 등 불우한 환경의 신인 연예인들이 주 공략대상. 그러나 강압이 아닌 서로 합의한 상황에서 이뤄진다고.

 

A씨가 말하는 스폰서와 연예인의 관계는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 법칙을 따른다. 여자 연예인을 향한 돈 많은 남자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스폰서십을 원하는 연예인의 공급이 공존하기 때문에 아무리 언론에서 비판해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비즈니스’라는 설명이다.

 

그가 브로커 세계에 발을 내디딘 건 유명 연예기획사에 근무하던 5년 전 우연히 참석한 한 모임이 발단이 됐다. 자기보다 먼저 이쪽 세계에 발을 담근 선배 매니저의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호출이었다.

 

그가 도착한 청담동 와인바에는 그 선배를 비롯해 여자 모델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자 예닐곱 명이 질펀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고교 선후배들로 모두 유부남이었다. 모델들과는 초면이었지만 이들은 금세 ‘오빠-동생’ 사이가 됐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근처 가라오케로 옮겼다.

 

A씨는 그날 호형호제하기로 한 40대 초반 성형외과 전문의 B씨로부터 “언제 시간 되면 신인 연예인을 데려와라. 공짜로 성형수술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뭔가 미심쩍었지만 A씨는 며칠 후 자기가 데리고 있던 신인을 청담동에 위치한 B씨의 병원으로 데려가 견적을 받았고, 며칠 후 눈 앞트임 수술과 코 수술을 받게 했다.

 

A씨는 자연스럽게 연기자들과 회사에서 일 잘하는 매니저로 인정받았고, 팀장에서 실장으로 승진도 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뒤. 자기가 소개해 준 B씨와 신인 연기자가 내연의 관계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A씨는 “신인 연기자는 B씨가 마련해준 신사동의 월세 200만원짜리 풀 옵션 오피스텔을 선물 받고 뛸 듯이 기뻐했다. 드라마에서 첫 단역을 따냈을 때도 그렇게 기뻐하지 않던 아이였다”며 “B씨는 나에게도 30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쥐어주며 섭섭하지 않게 사례했고, 룸살롱에 갈 때마다 나를 불렀다”고 밝혔다.

 

B씨가 “혹시 OOO랑은 안 친해?” “식사 한번 하게 해주면 서로 좋지 않겠느냐”며 드라마나 영화 제목을 거론하며 특정 여자 연예인의 이름을 들먹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A씨에게 여자 연예인의 개인 연락처를 알아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한 다리만 건너면 담당 매니저도 잘 아는 선후배 사이였지만 이런 은밀한 만남은 절대 그들을 통해서는 성사되지 않는다는 걸 A씨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때 A씨의 접촉 대상은 코디나 미용실 스태프, 또는 마담뚜였다.

 

A씨는 이들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친한 형이 있는데 한번 만나볼 생각이 있느냐”고 묻거나 “스타 마케팅 때문에 그런데 거마비를 챙겨줄 테니 한번 연예인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달라”고 부탁해 승낙을 얻어내곤 했다. 단골 병원이 있다 해도 여자 연예인들이 성형 협찬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는 걸 A씨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두 번 연예인과 스폰서의 만남을 주선하다 보니 그쪽 인맥도 차츰 두터워졌다.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B씨가 있었다. 그는 룸살롱에서 “괜찮은 동생”이라며 50대 기업 임원 C씨에게 A씨를 소개했고, A씨는 C씨에게 모 연예인을 만나게 해주는 조건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수표였다.

 

연예인에게는 광고 미팅이라고 둘러댔고, C씨는 광고기획사 임원으로 있는 친구를 데리고 나와 연예인의 환심과 믿음을 동시에 샀다. 결국 여자 연예인과 C씨는 그 뒤로도 몇 차례 더 만났고, A씨는 깐깐한 그 연예인에게 “좋은 분을 소개해줘 고맙다”는 말까지 들었다. A시는 이후 C씨에게 1000만원짜리 수표를 한 번 더 받았고 꿈에 그리던 외제차를 장만했다.

 

A씨는 이 일이 있고 나서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A씨는 “PD들에게 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일한 만큼 성과가 따르지 않아 회의가 든 데다 결정적으로는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이 쥐꼬리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미련 없이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인생에 늘 행운만 따랐던 건 아니다. 운 좋게 스폰서와 만나길 원하는 연예인을 찾아 일을 성사시켜놓고도 받기로 한 돈을 몇 번 떼였고, 친구와 선후배 매니저 사이에서 양아치로 불리며 인간관계도 흉흉해진 것이다. 쉽게 번 돈은 그만큼 쉽게 빠져나갔다. 마치 자신이 의사나 사장이 된 것처럼 유흥비를 물 쓰듯 썼고, 금세 카드빚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요즘 카드빚 독촉에 시달리는 A씨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 대신 신인 연기자를 소개하는 걸로 업종을 변경했다. 신인 프로필을 찍는 사진작가한테 연기자 지망생을 소개받아 스폰서를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 커미션이 적지만 성사 건수는 노력한 만큼 유지되고 있다. 신인이나 연기자 지망생의 경우 레슨비나 카드빚 때문에 먼저 “좋은 스폰서를 소개해달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간혹 신인들이 확보되지 않으면 급한 대로 룸살롱에서 알게 된 유흥업소 접대 여성이나 가라오케 DJ들을 연기자 지망생이라 속여 소개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죄책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서로 속고 속이는 쇼 비즈니스 세계이고, 실제로 텐 프로에서 배출된 연예인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친척 중 누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말릴 것이다”며 “웬만큼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이런저런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인 곳이 바로 연예계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유병철 yb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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