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앞두고 잇단 악재로 발목?
외환은행, 매각 앞두고 잇단 악재로 발목?
  • 심상목
  • 승인 2010.08.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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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사고로 신뢰도 하락…기업과 불화도 악재로 지목

외환은행의 매각작업이 횡령사고 등 잇단 악재에 발목이 잡혀 연내 완료되지 못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최근 국내 유수의 증권사들은 이와 관련해 목표가를 낮추는 등 외환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줄을 잇고 있다.

 

10일 대신증권은 목표가를 종전 1만6500원보다 1500원 내린 1만5000평으로 조정했다. 토러스증권 역시 연이은 횡령사고와 함께 영업도 부진해 매각작업이 지연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하향 평가했다.

 

실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인 ANZ은행과 MBK파트너스가 인수 입찰을 포기하면서 외환은행 매각작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횡령사고에 신뢰도 하락?

 

금융업계서는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가장 큰 악재로 연이은 횡령사고로 인한 신뢰도 하락을 꼽고 있다.

 

지난 3월, 27억원의 고객돈을 빼돌린 혐의로 고발된 외환은행 정모(47) 선수촌WM센터 지점장의 횡령액수가 경찰조사 결과 6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정씨의 횡령수법 역시 교묘했다. 주요 VIP고객인 재일교포 사업가 등 3~4명의 15개 계좌의 통장과 인감을 갖고 거짓으로 입출금 전표를 만들어 돈을 빼냈다.

 

정씨는 VIP고객 대부분이 통장과 도장 등을 맡겨놓는다는 프라이빗 뱅킹(PB)센터의 맹점을 이용한 것. 업계 관계자들은 “VIP고객만 상대하는 PB센터에서 일어난 수백억대 횡령 사건으로 신뢰도에 굉장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씨는 빼돌린 돈을 친인척 명의 통장을 이용해 4곳의 기업체에 대출을 해준 것이다. 대출 역시 은행을 통한 대출이 아닌 임의로 빌려줘 현직 은행지점장이 마치 ‘사채업자’와 같은 영업(?)활동을 한 것이다.

 

정씨가 빌려준 금액 중 현재 돌아오지 않은 금액은 총 184억원만 돌아왔을 뿐 나머지 500억원에 대해서 고스란히 고객들과 은행의 손해로 돌아왔다.

 

금감원은 이를 두고 현재 내부통제시스템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책임으로 외환은행과 경영진에 대해 징계를 염두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의 횡령사건은 이뿐 만이 아니다. 올 초에도 전현직 지점장이 연루된 200억원대 기업대출 사기가 발생해 대출 심사과정이 논란이 됐으며 지난해 말에는 도쿄지점과 오사카지점이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했다가 3개월간 일부 영업이 정지되기도 했다.

 

◆법정까지 가게 된 현대와의 싸움

 

외환은행은 금융제재에 불만은 가진 현대그룹과 법정다툼도 발생해 40여년간 이어진 거래가 끊어지기 일보직전이다. 현대그룹은 현재 외환은행과의 주채권은행 변경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 외환은행과 기타 채권은행들이 공동으로 취한 신규여신 중단 및 만기도래 여신 회수 제재조제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현대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재무약정이 주채권은행과 기업 간 체결되는 사적 계약이어서 의무가 없다”라며 “의무가 없음에도 신규여신 중단과 만기도래 여신 회수 결의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극단적인 행위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 측 관계자는 “기업을 위해 재무약정을 체결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금융당국이 주채권은행이 변경되도록 승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만약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줄 경우 여타 기업과 외환은행과의 관계에 치명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환은행 측은 “아직 남은 빚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주채권은행 변경을 불가능한 상태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외환은행과 현대그룹 간의 법정공방과 주채권은행 변경 여부에 눈과 귀를 주목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론스타 ‘먹튀’ 논란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계 론스타펀드는 주총서 배당이 이뤄질 때마다 수년째 먹튀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론스타는 현재 외환은행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일 외환은행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총 645억원을 분기 배당을 하기로 결정하자 업계서는 ‘론스타가 투자원금을 거의 회수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당시 외환은행은 2분기에 전분기보다 33.7% 감소한 21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하며 예상보다 적은 주당 100억원, 총645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외환은행이 예상보다 적은 배당을 실시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있었다. 금감원은 주총을 앞두고 외환은행 측에서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결정하기 전 배당액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먹튀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내외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분기 배당 규모를 줄인 것으로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4년간 연속 배당으로 총8559억원을 회수했고 이번 분기 배당으로 88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손에 쥐었다.

 

지난 2007년 지분 13.6%를 매각하면서 얻은 1조 1927억원까지 더하면 회수금액은 총 2조 815억원으로 투자원금의 97%를 회수했다.

 

연속배당으로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노조는 “장기적인 성장 동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투자금 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대주주와 경영진이 분기 배당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는 경고에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매각의사를 밝힌 대주주의 ‘먹튀’ 논란이 지속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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