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8년전 워크아웃 어떻게 넘겼나
쌍용건설, 8년전 워크아웃 어떻게 넘겼나
  • 서영욱
  • 승인 2013.02.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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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구조조정 연속, 우유값도 못내···김석준 회장도 ‘필드 투입’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IMF 때 그룹이 붕괴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던 쌍용건설이 다시 한 번 고난의 길을 택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견뎌냈던 쌍용건설 직원들에게는 되새기고 싶지 않은 기억들로 남아있다.

 

IMF 전까지만 해도 쌍용건설은 해외 고급건축물 시공실적 1위, 국내 도급순위 5위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회사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미수금이 3,700억원까지 늘어난데다 쌍용자동차의 채무 1,600억원까지 떠안으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쌍용그룹이 와해됐고 쌍용건설도 99년 3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1997년만 해도 2,400명에 달했던 직원은 2000년 700명 선으로 줄었다. 당장 이익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사업부가 무더기로 없어졌고, 회사 돈으로 해외유학가서 박사학위까지 받아 온 ‘우수인재’들마저 내보내야 했다.

 

당시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동료 때문에 타 부서에 전화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살벌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직원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당시 혹독했던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의 상황을 대변해 줄 일화는 많다. 한때 업계 최고수준인 상여금 800%를 받던 직원들이 19898?2000년 단 한 푼의 상여금도 집에 가져가지 못했다. 대리 5년차의 세전 연봉이 1400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사내게시판에는 “오늘이 아들 생일이었는데 버스정류장에 마중 나온 아들에게 뭐라도 쥐어주려고 주머니를 뒤졌더니 1,200원밖에 없었다. 초코파이와 풍선으로 생일상을 대신했다”는 가장의 사연이 올라와 사무실이 울음바다에 빠지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적금과 보험을 해약하고 자녀들의 교육도 포기한 직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쌍용건설이 살아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채권단의 배려도 컸지만 무엇보다 경영인과 직원들의 노력이다. 전 직원이 출퇴근시간 지하철역에 어깨띠를 두르고 나가 분양전단지를 나눠주며 광고비를 아꼈고 경쟁사가 분양을 포기한 아파트도 인근 주민들을 파고드는 집념으로 100% 분양에 성공했다.

 

지난 1999년 경기도 용인 수지 쌍용스윗닷홈을 분양할 때는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을 아끼려고 잠실에 있는 백화점 갤러리에 모델하우스를 꾸미기도 했다.

 

당시 김석준 회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을 회생시키기 위해 본인 소유의 모든 재산과 지분을 내놓았다. 회생의 디딤돌이 된 서울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분양 때는 스스로 태스크포스팀 팀장이 돼 미국 LA로 건너가 교민들을 상대로 200여 가구를 분양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직원들이 마지막 보루로 여기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320억원으로 당시 2,000원대였던 주식을 5,000원에 인수했다. 2년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으로 코스닥 퇴출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국내 주택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로 눈을 돌렸고, 그것도 고부가가치 시장인 고급 건축ㆍ토목에 주력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 다음으로 쌍용건설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 정도로 성과도 대단했다.

 

국내에서는 당시 최고 알짜로 꼽혔던 재건축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지만 대신 리모델링이나 주상복합아파트, 지방사업, 턴키공사 등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거나 못하는 사업만 집중 공략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팀을 출범, 리모델링 시장 선점에 나섰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 전체 리모델링 사업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 사업을 수주(2003년)하는 등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2001년 5월 분양한 ‘경희궁의 아침’ 역시 다른 건설업체들이 모두 포기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꼼꼼한 입지 분석과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분양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렇듯 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번쩍이는 아이디어 덕에 쌍용건설은 2004년 10월 예정보다 이른 5년 8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었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해외건설 시장으로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던 쌍용건설은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두 번 째 워크아웃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희망적인 목소리도 섞여 있다. 워낙 해외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탓에 이번 자본잠식만 해결된다면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회사 경쟁력은 선두권 수준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고통이 따르겠지만 과거 모두 단결해 위기를 극복해 온 만큼 이번에도 반드시 회사를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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