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왜 ‘캡코(KEPCO)’가 될 수 없나?
한전은 왜 ‘캡코(KEPCO)’가 될 수 없나?
  • 서영욱
  • 승인 2013.04.03 15: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캡코' 국내 사용 5년, 자리 못잡고 ‘도루묵’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한국전력이 영문 이름인 ‘캡코(KEPCO)’를 본격 사용한지도 5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전은 ‘한전’으로 불리고 있다.

 

한전은 지난 2009년 김쌍수 사장 재임 시절 해외 명칭으로 쓰여왔던 캡코를 국내에서도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캡코는 ‘Korea Electric Power Corp’의 줄임말로, 해외사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면 이에 걸맞은 글로벌 이미지를 가진 이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시작됐다.

 

이후 한전은 캡코라는 이름을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전기고지서나 광고, 자체 행사에서는 ‘한국전력’이라는 이름 대신 ‘KEPCO’를 앞세웠다. 최근 한전의 에너지절약 캠페인의 이름은 ‘KEPCO 사랑의 챌린지 2013’, 창업지원 서비스는 ‘KEPCO 희망무지개 창업 지원사업’, 공기업 최초 전문 구조단은 ‘KEPCO 119 재난구조단’으로 불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는 프로배구단도 캡코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고 한전의 사내 신문도 캡코 투데이(KEPCO TODAY)다.

 

하지만 한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전=캡코’라는 공식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배구팬이 아니라면 KEPCO45가 한전이 운영하는 배구단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전의 보도자료는 ‘KEPCO(한국전력)’으로 표기돼 배포됐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표기한 언론사는 거의 없다. 굳이 ‘한전’으로 명칭을 바꿔 기사를 게제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캡코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기업 중 비슷한 시기에 영문 이름을 확산해 지금은 완전히 자리잡은 경우도 더러 있다. 2009년 10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통합으로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설립한지 한 달도 안되어 영문이름인 ‘LH’로 불리기 시작했다. 앞서 2007년 한국철도공사는 ‘코레일(KORAIL)’로 명칭을 바꾸고 기업 이미지를 통일시켰다.

 

그 외에도 서울시도시개발공사는 ‘SH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aT’로 이름을 변경하는 등 영문으로 회사 이름을 변경한 공기업은 대다수다.

 

그러나 지나친 영문이름 표기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케스코(KESCO)’라는 영문 이름을 사용했던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지난 2009년 국정감사에서 지경위 의원들에게 “케스코가 전기안전공사인줄 처음 알았다”며 즉시 시정을 명령했다.

 

최근 한전 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조환익 사장 취임 이후 한전의 보도자료에는 ‘KEPCO(한국전력)’보다는 ‘한국전력’으로 표기돼 배포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전 관계자는 “회사 명칭 표기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지시사항은 없었으나 최근 사내에서 과도한 영문 표현은 지양하는 것이 옳지않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한전과 캡코의 사용 빈도는 50대 50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김중겸 전 사장 시절만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을 강조해 캡코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했지만 현 조 사장은 국내외 시장을 균형있게 가져가려 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 캡코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