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구리에 가려진 농심의 갑질①] 을(乙) 두 번 울리는 판매장려금
[짜파구리에 가려진 농심의 갑질①] 을(乙) 두 번 울리는 판매장려금
  • 남라다
  • 승인 2013.06.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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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장려금, 과도한 매출 강요에 '그림의 떡'…물량 밀어내기 수단 활용



[이지경제=남라다 기자] 농심은 식품업계의 강자다. 라면업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서 약 70% 점유율에 이르고 있는 독과점업체다. 갑(甲) 중의 갑인 셈이다. 

 

최근 농심의 라면브랜드인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섞어 조리한 짜파구리가 큰 호응을 얻어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너구리와 짜파게티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농심은 너구리와 짜파게티 묶음 상품을 선보였다. 이 호기를 놓칠세라 다양한 판촉전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심의 라면과 스낵 등을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특약점 대리점주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잠시 쉴 틈도 없이 동네슈퍼와 대형마트 등지로 제품들을 실어 나르지만 정작 농심 특약점 대리점주들은 그 인기가 달갑지만은 않다.

 

많이 팔릴수록 수익이 창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심의 과도한 판매량 부과와 밀어내기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약점은 생산이나 판매에 있어서 물건의 제조사와 특별한 편의 계약을 맺고 거래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다시 말해 대리점주들은 농심으로부터 동네슈퍼보다 더 싼 가격에 제품을 받아 동네슈퍼와 중소형 할인점 등지에 납품하면서 물류비용과 판매장려금 등 농심으로부터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과도한 매출 강요 및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특약점보다 더 싼 가격에 공급하는 등 농심의 횡포에 이 같은 장점이 희석됐다. 농심이 식품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인식돼 특약점 운영를 시작했다가 낭패를 본 특약점주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과도한 매출 강요에 판매장려금 '그림의 떡'

 

서울 봉천동에서 특약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정옥 점주는 지난 3~4월 농심으로부터 일방적으로 1억1,700만원 가량의 판매목표량을 부과받았다. 조씨는 지난 3월 밤낮 없이 일했지만 총 매출이 9,600만원을 기록해 86만원 가량 판매장려금을 받았다. 판매 목표량 81%를 달성했기 때문에 본사 측으로부터 일종의 인센티브를 받은 것이다. 농심은 목표량의 80%에 도달할 경우 4.2% 판매장려금을 특약점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일정 수준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 받을 수 있도록  계약서상 명시돼 있다.

 

하지만 조씨는 지난 4월 같은 판매목표량을 부과 받았지만 7,000여만원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67%의 목표량에 그쳐 8만원의 장려금을 받는 것에 불과했다. 줄곧 적자에 시달리는 특약점주들은 판매장려금이라도 받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본사 측의 과도한 매출 목표량에 판매장려금은 그림의 떡이 될 때가 사실상 더 많다.

 

실제 조씨의 3월 판매목표량은 21.8% 높게 설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치인 셈이다.
 

조씨는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량을 부과해 대리점주에게 주게 돼 있는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진택 농심 특약점 전국협의회 대표는 “특약점(대리점) 판매목표를 15~20% 높게 정하고 80% 이상 달성하면 판매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매출목표를 강제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장려금은 족쇄이자 당근"

 

목표량 달성도에 따라 차등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은 물량 밀어내기를 강행할 수 있는 수단이자 점주 길들이기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업직원들은 점주들이 밀어낸 제품을 떠안지 않을 경우에는 판매장려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거나 제품을 구매한다면 판매장려금을 더 지급해준다는 등 특약점주들에 장려금 명목으로 물량 구매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심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판매목표량을 채우지 못할 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삥 시장(도매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영등포, 청량리 도매시장 등지에서 농심 제품 10여개가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특약점주들은 제품의 25~30% 가량을 삥 시장에 내다 판다고 한 점주는 설명했다.

 

성남지역 A 특약점주는 농심 주문 발주시스템을 통해 1,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주문했다. 하지만 농심 영업사원이 1,200만원을 구매해달라고 요청해 그렇게 다시 주문했다. 밀어내기로 받은 200만원 어치는 팔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이럴 경우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삥 시장을 찾게 된다는 것.

 

이 점주는 삥 시장에 팔게 되면 7~8% 가량 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한다. 손해가 누적이 돼 현재 농심 채권이 1억3,000만원이 있다"면서 "목표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재계약때 불리할 수 있다는 등을 얘기해 군소리 없이 목표량을 채운다"고 말했다.

 

특약점주가 가장 두려운 것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다. 이 둘 간의 거래약정서에는 갑과 을의 거래가 종료됐을 때, 을이 갑에게 채무를 즉시 변제하지 못할 경우 을은 연 16% 비율로 지연금을 갑에게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적자가 계속되다 보니 물건을 살 수 없었던 A점주는 농심에 1억3,000만원의 빚을 지며 물건을 구매했다. 농심 채권을 가지고 있는 A 점주 또한 마찬가지로 일방적 해지를 가장 두려운 존재로 꼽았다.

 

그는 "생활도 근근히 하고 있는데 당장 계약해지를 당하게 될 시 농심 채권을 바로 갚을 수 없는 처지다"면서 "때문에 혹여라도 목표량을 채우지 못해 농심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될까 어떻게해서라도 목표량을 채우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출했다. 

 

김진택 대표도 이에 대해  "농심은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방적 계약해지와 재계약 거부 등으로 영세한 특약점주들을 길들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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