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남라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녹십자가 특정 도매상의 독점 제조·판매 중인 '정주용 헤파빅(10㎖)'의 공급 요청을 부당하게 거절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다만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정주용 헤파빅은 B형 간염 항체가 생성되지 않은 간이식 환자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투약하는 정맥주사용 혈액제제 의약품으로 국내에는 대체 의약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 A업체는 2010년 2월26일 서울대병원 '정주용 헤파빅' 구매입찰에서 낙찰자로 결정돼 1년간 총 3만3,600병의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하자만 녹십자는 물량이 한정돼 추가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A사의 제품공급 요청을 거절해 A사에 손해를 끼쳤다.
녹십자의 납품 거절에 병원 납품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결국 A사는 녹십자와 거래관계가 있는 다른 도매상 B사로부터 낙찰가보다도 높은 24만8,000원(할인율 0%)에 겨우 제품을 확보해 병원에 납품했다.
공정위는 납품지연에 따른 배상과 낙찰가를 상회하는 구매가격으로 A사가 입은 손해는 약 1억5,000만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공정위는 녹십자에 전년도 초과생산량(6만3,622병) 존재하고 페널티 없이 물량조정 가능한 계약 특성 및 수시로 소량씩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공급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공정위는 ▲녹십자가 부당이득을 얻었다거나 거래상대방이 입은 피해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재발방지 명령만으로도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과거 유사 사건에 과징금 부과 시 패소한 사례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성구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독점적 지위에 있는 제약업체가 병원의 의약품 경쟁입찰 제도를 무력화시키려는 사례"이라며 "병원별로 다년간 특정 도매상이 고착화되면 경쟁제한 및 소비자이익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남라다 nrd@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