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서영욱 기자] 김중겸 전 한국전력 사장의 선임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뇌물비리 사건 첫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황보건설 황보연 대표는 “김중겸 전 사장으로부터 원세훈 전 원장을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만남을 주선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현대건설이 2011년 현대차에 인수되면서 김 전 사장의 입지가 좁아졌고, 김 전 사장은 한전 사장으로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다만 원 전 원장에게 얘기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원 전 원장과 황 대표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김 전 사장이 한전 사장으로 임명되기 한 달여 전 황 대표에게 ‘지금 김 사장 접촉 노출하면 좋지 않음’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황 대표는 또 김 전 사장이 선임되기 하루 전 ‘내일은 김중겸이 한전 사장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부인에게 보냈다.
이날 재판에서 황 대표는 홈플러스의 연수원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해당 공사에 대한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원 전 원장에게 1억7,450여 만원 상당의 현금과 선물을 줬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원 전 원장이 먼저 돈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신세진 것도 있고 부탁도 해야 해 돈을 전달했다”며 “이 회장도 ‘인사를 좀 해야하지 않느냐’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금품을 전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7월 홈플러스 공사를 수주하려던 황 전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모두 1억7,450여만원의 고가의 선물과 현금 등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이 연루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은 같은 재판부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이 사건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