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양 폐해> “불 나든 부실공사든 계약했으면 입주해!”
<선분양 폐해> “불 나든 부실공사든 계약했으면 입주해!”
  • 서영욱
  • 승인 2014.01.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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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제 피해 사례 속출, 방지책 마련은 ‘지지부진’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도입된 선분양제도. 수요자들이 견본주택과 건설사가 내 놓은 청사진만을 보고 계약하다 보니 입주 전까지 불거지는 부실공사 등 각종 문제를 계약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선분양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달 전 포스코건설이 서울시 성동구에 건설 중이던 ‘서울숲더샵’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올 9월 입주를 앞둔 약 100여 가구가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사고가 난지 두 달이 지나도록 안전진단 결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별다른 피해보상 대책을 내 놓지 않고 있다. 입주하기도 전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시공사에서는 제 값을 모두 받겠다고 하니 계약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아파트 단지나 준공승인을 앞두고 벌어지는 시공사와 입주예정자간 갈등은 이제는 연례 행사가 됐다. 견본주택과는 다른 제품이나 자재가 사용되거나 벽에 물이 새고 한파로 수도관이 터지는 등 계약자들이 100% 만족하고 입주하는 아파트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파트 내부의 부실공사뿐만 아니라 약속과 달리 주변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계약 당시 아파트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나 지하철역 등 각종 개발호재 등이 있을 것처럼 홍보를 해 놓고 입주 후 몇 년이 지나도 지지부진한 개발에 애먼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종하늘도시 주민들이다. 입주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은 상가 내 편의점 정도이고 약속했던 제3연륙교 무산으로 해가 지나도록 건설사와 힘겨운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하자가 아니라면 입주민들이 준공승인을 저지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미 건설사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기습적으로라도 승인을 내어주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입주 지연에 따른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준공승인을 강행 처리한 후 계약자들에게 입주를 종용한다.

 

계약자들은 “일단 들어와라, 들어오면 보수해주겠다”는 식의 사실상 아무 보장이 되지 않는 건설사들의 구두약속만을 믿고 어쩔 수 없이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입주를 하고 나서는 “법대로 하라”며 안면몰수하는 건설사 탓에 계약자들은 두 번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때문에 입주자들이 안전진단 비용을 직접 모아 실시하거나 소송전을 준비하면서 변호사 비용까지 손수 마련하고 있는 단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결국 지쳐 포기하는 건 입주민들이다.

 

철근 부실시공으로 항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천 청라 푸르지오에서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했다. 입주예정자들이 부실시공을 이유로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자 대우건설이 대출 연체이자 대납 중단과 함께 계약자들의 통장과 부동산을 가압류하고 나선 것. 약속대로 아파트를 짓지 않고서 입주하지 않는 계약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미분양 속출로 건설사들이 대대적인 할인분양에 들어가면서 입주자들간의 갈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건설사 중심의 주택정책, 멀기 만한 ‘후분양제’

 

지난 1998년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를 살리고자 분양가를 자율화했다. 당시 건설업계는 분양가 자율화의 대가로 후분양제를 약속했고 2003년에는 ‘후분양제 이행 로드맵’이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섬과 동시에 이 로드맵은 폐지됐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선분양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주택 선분양제 폐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주택건설공정의 80% 이상이 완공돼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기로 돌아가면서 관련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홍종학 의원은 “선분양제는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재산을 완제품도 보지 못한 채 구매해야 하는 후진적인 제도”라며 “공급자 중심의 주택공급체계를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주택시장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건설사들이 부동산 호황기에는 막대한 이득을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되자 현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어 건설사들에게 또 다시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작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선분양제도로 인해 국민들은 건설사가 부도나면 이미 지불한 청약금, 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려웠고 선분양 당시의 설계도와 다른 부실공사에도 제대로 구제를 받지 못하는 엄청난 피해를 받아 왔다”며 “선분양제 폐지는 소비자들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정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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