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및 IT업종 부진,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3중고’에 국내기업들이 3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출액 하락과 함께 매출액 감소율은 5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수익성도 나빠졌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들의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은 2009년 2분기(-4.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도 2.9% 줄어든 기업들의 매출액은 3분기에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특히 제조업 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5.2% 급감했다.
매출액 감소는 원화 강세와 맞물려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같은 물량을 수출했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매출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3분기에 달러당 1,087원이었던 원·달러 평균환율은 올해 3분기 1,033.2원으로 5.0% 하락했고 평균환율은 지난 2분기에도 11.8% 떨어졌다.
여기에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겹쳐치면서 IT업종 매출액이 13.7% 급감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IT업종 매출액이 이처럼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도입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또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에서 정제해 수출하는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가자 석유·화학업종 매출액도 4.9% 감소했다.
매출액 하락과 함께 수익성도 나빠졌다. 3분기 국내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2%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포인트 낮다. 즉, 전년동기에 1,000원을 팔아 51원을 남긴 기업들이 올해는 42원만 손에 쥔 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IT업종 영업이익률은 1년 전보다 3.3%포인트 하락한 5.8%에 그쳤으며 자동차업종은 원화 강세와 파업의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이 6.3%에서 3.7%로 떨어졌다.
과거 환율이 높을 때 원유를 사다가 쌓아뒀던 석유·화학 업종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액 감소로 영업이익률이 3.4%에서 2.3%가 됐다. 저가 수주 등의 여파로 조선업의 마이너스 영업이익률(-10.7%)은 올해 1분기(-2.3%), 2분기(-5.0%)에 이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반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면서 기업들의 재무안정성은 좋아졌다. 부채비율이 94.3%에서 92.7%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는 25.4%에서 25.2%로 떨어졌다.
또한 올해 1∼9월 중 업체당 현금 증가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10억원 증가한 18억원을 기록했으며, 현금흐름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 비율은 61%로 1년 만에 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안정성은 이익 잉여금이 늘어나고 부채가 줄어들면 좋아진다"며 "기업들이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다보니 안정성이 개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경제=양동주 기자]
양동주 기자 djyang@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