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 자리…'정권의 시녀' 찾기?
국립대 총장 자리…'정권의 시녀' 찾기?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4.12.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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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대, 공주대, 한국체육대…석연치 않은 임용 거부

국립대 총장 자리가 공석인 채 교육부가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 정권의 시녀를 찾고 있다는 말들이 많다. 정부가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를 거부할 권한은 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국립대 총장 인사에 아예 청와대가 직접 관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 <사진-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한국전통문화대 총장을 선임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답변은 "청와대가 결정하지 않아서..."였다.

한국체육대 총장 자리는 21개월째 공백 상태로 총장 후보 추천 4번에 8명의 후보가 거부당했다. 충남 공주대도 총장 임용 후보자 1,2위를 선출하고 지난 5월 교육부에 추천했지만 정부는 그때도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방송통신대도 벌써 3개월째 공석으로 비어 있다.

또 경북대도 지난 10월 일부 교수·학생·직원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1, 2순위 교수를 정해 교육부에 임용제청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총장 임명 후보자 임용을 제청하지 않기로 했다”는 공문뿐이었다. 추천 후보의 부적격 사유난 이유를 대학과 후보자한테 밝히지도 않았다.

이처럼 정부가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을 연이어 거부하자, 교육부가 지난 2012년부터 총장 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입맛에 맞는 총장을 앉혀 국립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임용 제청을 거부당한 국립대들은 “교육부가 대학 예산 지원과 행정 규제라는 칼을 쥐고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도입한 간선 방식의 총장 공모제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국립대를 길들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공주대 총장 임용 후부자 1순위였던 김현규 교수는 김 교수는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까지 했다. 당시 행정법원은 “교육부가 처분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의견 청취도 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법원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육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 7월 총장 후보자로 선정됐던 ‘수퍼쌀’ 개발자인 류수노 방송통신대 교수는 “잘못한 것이 있다면 처벌받으면 되는데 교육부가 사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제청을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고 열흘 뒤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시국선언에 참여했던게 맞는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명 제청 거부에 대해서는 교육부 고위 관리가 “교육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로 가라”는 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문제는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규탄 교수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류 교수를 두고 청와대가 후보자들을 상대로 인사검증을 했다는 증언과 함께 ‘청와대 개입설’로 번져 논란이 뜨거웠다.

▲ 지난 24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법사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공주대, 한체대 등 국립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 거부 사유를 당사자에게 통보하겠다”고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혔지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9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질의 관련 답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국정감사 이후 국립대인 한국체육대, 공주대 총장 후보의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해당 후보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인사권에 관해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다만 인사검증 내용은 민감한 부분도 있어 공표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대의 총장 공백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한 국립대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학 구성원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총장 후보로 선출한 만큼 법률적인 하자가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교육부가 이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자 오히려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에서 1,2순위 후보를 추천하고,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총장 자격에 중대한 결함이 아님에도 임용 제청을 사유도 밝히지 않고 계속 거부하는 것이라면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삼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은 커지기 마련이다.

[이지경제=신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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