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상의원' 모두 같은 옷으로 살아갈 수 없는 현실
[리뷰] '상의원' 모두 같은 옷으로 살아갈 수 없는 현실
  • 자유기고가 김영현
  • 승인 2015.01.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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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맞는 옷은 무엇일까?

 <상의원>은 옷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영화다. 30년 동안 3명의 왕을 모시며 왕실의 옷을 담당한 어침장 돌석과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자유롭고 편안한 옷을 만드는 공진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옷은 무엇일까?

   
 

옷을 소재로 사용하는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의상들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영화를 보며 든 옷에 대한 생각을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옷은 무엇인가? 옷에는 먼저 기능적인 면이 있다. 동물과 달리 몸에 털이 없는 사람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는 것이다. 그리고 신체를 가리기 위해서도 옷을 입는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옷은 나뭇잎으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자신들의 발가벗음을 알고 부끄러움에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게 되었다고 한다. 옷의 기원은 이렇듯 신체를 보호하고 가리는 기능적인 역할로 시작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인류의 문화가 축적되고 발전하며 옷의 역할은 더욱 다양하게 변하게 된다. 옷은 기능적 측면을 넘어 입은 사람의 지위나 신분 등을 대변하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영화에서도 보이듯 왕의 옷이 다르고 관직을 가진 관원의 옷이 다르고 기방의 기생들의 옷이 서로 다르다. 요즘도 다를 것 없이 옷차림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는 충분히 인지하고 판단 할 수 있다. 특정 직업을 대표하는 옷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대표적이다.

의사의 흰 가운이나 수술복, 요리사의 조리복, 운동선수들의 운동복 등 옷차림만으로 충분히 정보를 파악 할 수 있다. 이렇듯 옷은 입은 사람의 다양한 면을 잘 나타내 준다. 직업이나 지위 같은 것을 넘어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옷을 통해 표현이 가능한 세상이다. 패션 외교라는 단어만 봐도 옷의 능력이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옷은 이렇듯 우리 삶의 모습의 집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의원>에 나오는 두 인물 돌석과 공진의 옷을 통해 우리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살아갈 수 없는 현실

30년 동안 왕실의 옷을 만든 돌석의 옷은 전통과 법도에 따른 옷이다.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을 따르기 위해 하나의 본으로만 만들어졌다. 그래서 왕실 사람들의 옷은 입는 사람의 키나 체형에 상관없이 하나의 크기로만 만들어져있다. 불편하지만 그 옷을 입어야만 한다.

   
 

전통과 법도로 만들어진 옷에서 나오는 권력, 힘을 얻기 위해 불편하지만 입는 것이다. 판수가 양반옷을 입고 나오는 첫 장면만 봐도 이 불편한 상황을 잘 볼 수 있다. 소매가 너무 커 술을 따르려면 한참 걷어 올려야 한다. 갓의 크기도 우산마냥 커서 옆 사람 얼굴에 몇 번이고 부딪친다.

사람이 옷을 입은 건지 옷이 사람을 입은 건지 모르겠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람보다는 먼저 된 다른 것을 우선하여 생긴 결과 같다.

반면에 공진의 옷은 입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기생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옷을 지어준다. 하나의 크기만 존재하던 관복을 입는 사람의 체형에 맞춰 만든다. 긴 소매를 잘라내고 질질 끌리던 밑단을 잘라낸다. 나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이다. 옷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고 옷을 나에게 맞추는 것이다.

돌석의 옷은 전통과 법도는 있지만 나는 없다. 그저 정해진 틀에 끼워 맞출 뿐이다. 정해진 틀에 맞추다 보니 이래저래 맞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모난 일들이 생겨난다. 불편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다.

돌석은 자유롭고 틀에서 벗어난 공진의 옷을 보며 질투를 하게 된다. 질투의 원인은 틀에 갇혀 있던 자신의 모습이 원인일 것이다. 우리는 돌석의 옷을 입고 사는가? 공진의 옷을 입고 사는가?

   
 

요즘 우리 사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틀에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만 보이는 것 같다. 누구나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을 바라며 같은 목표 같은 옷만 바라보며 달려간다. 하지만 그 옷은 개수가 정해져 있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려서부터 하나의 옷만 바라보며 살도록 배우고 길들여졌는지 모른다. 다른 옷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입는지 너무 모르고 살았는지 모른다. 어쩌면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알고도 못 입는 것일 수도 있고, 입어봤지만 어떤 이유에서 금방 벗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은 결국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우리에게 맞는 옷은 무엇인지 그 옷을 입으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한 장면을 꼽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공진은 아름다운 옷을 만들었지만 허전함을 느낀다. 그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전통과 법도로 다져진 30년 내공이 있는 돌석의 자수였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옷을 매개로 하나로 이어진 그 옷. 그 옷이 우리가 입어야 할 옷이 아닌가 싶다.

[자유기고가 김영현]

* 본 리뷰는 이지경제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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