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피플] 송주홍 두색하늘 대표
[이지피플] 송주홍 두색하늘 대표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02.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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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손에 '명품우산' 들려주고파
"'우산'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소모품, 물건 사면 끼워주는 사은품 정도지 오래 사용할수록 그 가치를 더하는 '명품'의 대상으로는 여기지 않습니다. 정부 부처의 '개발대상'이나 '지원대상'에서도 열외입니다. 특별히 좋은 게 있을 수 있느냐, 특별한 기술이 있겠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 <사진=이도훈 기자>
올해 일흔인 송주홍 '두색하늘'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은 비바람에 훌러덩 뒤집어지는 우산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시중 판매하는 우산의 대부분이 불량으로 부러진 살대에 손을 베이기도 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그 이상의 안전한 우산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우산업계에는 우연한 기회에 발을 내딛게 된 송 대표는 "워낙 영세하고 제멋대로인 업계 풍토에 접으려고 한두번 고민했던 게 아니다"고 지난 세월을 털어놨다. 
 
그는 20대 중반 젊은 시절부터 자동차 엔진 제작업 등 해보지 않은 게 없다. 학부 전공도 기계공학인 그는 한번 보면 뭐든지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학도였다. 
 
스프링과 철사, 고정쇠, 누름쇠를 제거한 우산으로 디자인과 상표, 특허와 실용신안만 10여개가 넘는 '두색하늘'의 우산은 흔히 골프 우산으로 알려진 명품 우산이다. 봉긋한 우산 모양은 한눈에 두색하늘의 우산임을 알려준다.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를 사용해 녹이 슬지 않는다. 쉽게 꺾이거나 부러지지도 않는다. 
 
코팅을 강화한 고급 의류 원단을 씌웠기 때문에 방수나 자외선 차단도 탁월하다. 두색하늘 우산은 자외선 차단율(99% 이상)뿐만 아니라 발수도도 우산의 한국산업표준(KS) 기준인 80~90을 훌쩍 넘어 200 이상이다.
 
업계에 몸담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원칙을 중시하며 우산 개발에만 집중해온 덕분이다. 처음 우산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한 개의 우산은 오롯이 영세 부업자들의 땀방울이 모인 결과였다. 
 
"우산 쪽은 어떤 분야보다 영세합니다. 그래도 우산 한 개 제조에 연관된 업체가 몇개인 줄 아십니까. 2~30년 전만 해도 살대에 원단 실꿰기 등 수작업의 집결체가 곧 우산이었습니다. 이것을 기술력 하나로 단일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조업체가 두색하늘인 셈이죠"
 
송 대표는 그 동안 제조 공정수도 줄이고 기계화하면서 안전하며 아름다운 명품 우산 개발에 몰두했다. 낙후되고 복마전 양상인 우산 유통업계에서도 원칙을 중시하는 뚝심 하나로 버텨냈다. 고지식하다면 고지식할 수 있는 송 대표의 천성을 아껴줬던 지인들 덕분에 거래처도 이어왔다. 
 
그동안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벤츠와 아우디, 폭스바겐, 롤스로이스 등 수입차의 VIP 고객 증정용 판촉 우산에 납품해오며 제조업의 명맥을 이어온 국내 유일의 우산 제조업체 두색하늘.
 
현재는 LG패션과 FnC코오롱, 제일모직 패션업체들과 삼성증권을 비롯해 국민은행, 씨티은행, 동양생명 등 금융사에도 납품하고 있다. 
 
"원가에 인건비조의 단가만 붙여 가격을 책정하다보니 이렇다 할 마진 없이 납품해왔습니다. 벤츠만 보더라도 거의 십수년 명맥을 잇기 위해 원가 수준에 납품하고 있죠. 두색하늘 우산에 브랜드를 부착한 개별 제품의 구매가는 대략 납품가의 10배 가량인 20~30만원대입니다"
 
규모 1128㎡의 공장의 한달 생산량은 5000개 가량이다. 연 평균 6~7만개의 우산을 생산하며 연간 매출은 10억원대다. 약 5000억원대로 추정되는 국내 우산 시장을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한 현실에서 고전 중이다.  
 
1990년 부천의 우일 종합상사로 출발해 90년대 말 한창 우리말 이름이 붐이었던 당시 맑고 흐린 어느 때라도 쓸 수 있는 우산을 만들자는 취지를 담은 '두 가지 색 하늘'의 줄임말 '두색하늘'이라는 현재의 사명이 탄생했다. 
 
두색하늘은 자체 우산 브랜드 '슈룹'(shuroop)으로 판매하는 방안도 향후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수입차나 패션업계 브랜드 제품을 개별 구매할 경우 두색하늘의 주력 판매품의 경우 약 15만원대다. 두색하늘의 생산 여건은 아직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두색하늘로 직접 우산을 구입하려고 할 경우 5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지만 5~6000원대 중국산 저가 우산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큰 가격대일 수밖에 없다. 이것도 원가 수준이기는 하지만 주문 제작과 다를 바 없어 당연히 OEM 납품가보다는 단가가 높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제조ㆍ판매하려면 생산 규모를 늘려 지금보다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현재의 약 3배 가량인 200만개만 생산하려고 해도 직원만 딱 지금보다 10배로 충원해야 한다. 두색하늘 직원은 봉제와 조립 부문에서 일하는 14명을 포함해 21명이 전부다. 
 
현재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 판매는 솔직히 꿈같은 얘기다. 제조업 전반이 힘든데 두색하늘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목동산업단지내에 공장을 열며 빌렸던 자금의 매달 수천만원 가량 되는 원금 상환도 짐이 되고 있다. 
 
업계에 처음 들어선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산 제조업은 힘들다. 지난 2010년 경기 가평 목동산업단지로 이전한 공장 오픈 이후 기업의 제2 도약과 함께 본격적인 가동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건은 내리막의 연속이다.
 
80년대만해도 대구에만 600여개 가량이던 우산 제조업체들이 중국산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이 와중에도 기술력 하나로 살아남은 두색하늘은 우산손잡이부터 살대까지 생산 기계를 직접 만들어가며 수십년간 장우산 개발에만 전념해오다 최근에는 2단 접이식도 개발했다. 
 
송 대표는 "우산 제조는 두색하늘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지난해 세월호 이후 골프나 행사가 대거 취소되면서 하청업체들이 아직 타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청업체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에서는 두색하늘도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는 발주를 넣고 한달째 손을 놓고 있다. 
 
"지금 약간 힘든 시기라고 생각해요. 두색하늘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두색하늘의 꿈은 우리 국민들, 아니 일반 소비자들의 손에 슈룹이 하나씩 들려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뒤집히고 꺾인 살대에 손을 다치면서 몇 개월 못 쓰고 버리는 우산이 아니라 고장 안 나는 게 당연한 우산, 두색하늘의 명품우산을 몇 십 년 동안 썼으면 하는 것이죠"
 
송 대표는 "두색하늘의 고유 브랜드 슈룹이 일반 소비자의 손에 쥐어질 때까지 어떻게든 더 좋은 우산을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살아남는 게 목표"라며 "당장은 큰 기업체들과 정부 기관들이 대량 사용하는 행사용 우산 납품이 두색하늘의 숨구멍이 될 수 있다. 껍데기, 무늬만 지원이 아닌 실효성있는 정책자금도 해갈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아직은 OEM 납품업체지만 앞으로 두색하늘의 좋은 우산을 국민들의 손에 들려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흐린 날 맞는 비부터 중국산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두색하늘의 좋고 튼튼한 우산으로 막아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지경제=이호영 기자]
 
 
 
 
 

 


이호영 기자 eesoar@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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