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졸업과 입학의 뒷면…
법정관리 졸업과 입학의 뒷면…
  • 양동주 기자
  • 승인 2015.04.0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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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대응하는 방식 및 적극성에서 상반된 행보

2014년 건설사 도급순위 19위와 25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조8405억원과 1조5397억원.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한다면 두 회사의 규모와 영역이 얼추 비슷하다고 넘겨짚더라도 큰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내부 기류를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이들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는 게 그리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온갖 악재를 이겨낸 전자가 든든한 지원군을 맞아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반면 후자는 생존을 걱정하기도 바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위기에 대처하는 두 회사 경영진의 상반된 행보를 현재의 명암과 연결 짓고 있다. 전자는 쌍용건설, 후자는 동부건설이다.

 

▲만석꾼 품에 앉은 칠전팔기 ‘쌍용건설’
지금이야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쌍용건설의 근 십 여 년 간 행적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한창 잘 나가던 쌍용건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채 19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라는 첫 번 째 위기에 봉착한다. 다행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친 쌍용건설은 5년7개월만인 2004년 10월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알렸다.

하지만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8차례에 걸친 매각공고를 냈음에도 앞선 7차례의 시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결국 쌍용건설은 2013년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고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가 결정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다행히 법정관리 과정에서도 착실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졌고 지난해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착실한 행보를 계속한 쌍용건설은 마침내 지난해 11월 두바이투자청과 매각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26일에는 법정관리도 졸업했다. 실추된 명예 회복과 재도약의 기반을 동시에 마련한 셈이다.

이렇게 되자 회생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에 대한 업계의 긍정적인 평가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법정관리하에서 1조60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고속도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수완을 발휘했고 해외 각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따내는 등 놀라운 성과를 연속적으로 보여주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외 공사수주를 필두로 회사를 진두지휘한 김 회장의 역할이 쌍용건설 회생에 절대적이었다”라며 “법정관리를 거치며 재무구조가 한층 건실해진 쌍용건설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기까지 김 회장의 공헌이 컸다”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동부그룹에서 포기한 ‘동부건설’
동부건설의 최근 행보는 쌍용건설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1969년 미륭건설로 출발해 중동 건설 붐을 타고 성장가도를 달린 동부건설은 아파트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외형을 키운 동부그룹 주력 계열사였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결국 지난해 12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지난달 31일 동부건설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동부건설의 영업손실은 1563억원으로 전년(1342억원)대비 약 221억원(16.47%)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은 1조643억원에서 8944억원으로 20% 가까이 감소했고 자본잠식률은 79.8%에 달한 상황이었다.

동부건설의 법정관리행은 최근 3년간 손실이 누적된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히지만 일각에서는 수뇌부가 사실상 동부건설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법정관리에 앞서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1000억원 가량의 현금 지원을 요구했지만 김 회장은 사재 출연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동부건설에 대한 사재출연을 거부한 김 회장이 동부메탈에는 200억원을 부담했다”라며 “돈줄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밑빠진 독으로 전락한 동부건설을 처분하고 금융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김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금융계열사를 통해 총 27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룹 경영난은 외면한 채 대주주로서 권리만 챙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동부건설은 동부그룹에서 완전 분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비록 김 회장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동부건설 지분의 23.9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채권단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주식에 대한 무상감자를 추진중인 상황이다. 이 경우 김 회장의 지분은 1%대로 떨어져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된다.

[이지경제=양동주 기자]

 


양동주 기자 djyang@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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