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2화> 199엔짜리 일본의 양심, 줄소송으로 맞대응
1부 <2화> 199엔짜리 일본의 양심, 줄소송으로 맞대응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4.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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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눈물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는 일제 전범기업들의 제품이 한국시장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오늘날, 이 땅에 경제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

미쓰비시와 같은 전범기업들이 ‘전범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이 당연한 일에 일본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흔히들 일본을 겉과 속이 다른 나라라고 표현한다. 겉으로는 깎듯하게 절차와 예의를 갖추지만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근로정신대로 노역한 할머니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후생연금 보상으로 199엔을 판결한 일본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하는 일본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09년 일본 법원은 일제군에 이끌려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할머니들이 제기한 후생연금 반환소송 선고에서 1인당 99엔씩, 한화로 915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화폐가치 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다. 할머니들과 한국사회는 모욕을 주기 위한 고의적인 판결로 받아들이며 일본에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태도는 변했을까? 혹시나 했던 우리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트리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지난 2월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85세의 김재림‧심선애 할머니와 86세의 양영수 할머니가 일본 정부에 제기한 후생연금 반환소송 선고에서 일본 법원은 1인당 199엔, 한화로 1850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6년전보다 금액이 2배로 늘긴 했지만 역시 받아 들일 수 없는 모욕적인 판결이었다.

◆한일청구권협정의 족쇄, 대법원이 풀었다
이와 같은 일본의 판결이 나오게 된 데에는 한국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1965년 박정희 정권은 한일수교를 맺으면서 부속으로 한일청구권협정도 체결했다. 박 정권은 일본에 전쟁피해 보상금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3억달러 무상공여, 2억달러 저리차관, 3억달러 민간신용차관 등 총 8억달러를 지원 받았다. 그러면서 댓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까지 모두 해결됐다는 약속을 일본과 협정으로 체결한 것이다.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에 아무리 피해보상을 요구해봤자 무위로 그치는 이유가 바로 청구권협정 때문이다.

더욱이 이 협정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 법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자충수가 됐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한국 법원에 제기한 일본기업에 대한 피해보상 소송에서도 패소 판결을 받았다. 국내 법률이 일본 것을 그대로 베껴 왔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논리가 적용된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믿었던 한국 법원에서조차 패소하면서 피해보상 요구를 체념할 무렵이던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뜻밖의 판결이 나왔다.

그해 5월 23일 대법원(주심 김능환 대법관)은 이병목 씨 등 8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제기한 피해보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재판부는 “일본 법원이 피해자들의 소송을 기각하거나 패소 판결한 전제에는 일제의 조선 지배를 합법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강제동원도 정당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일제강점기를 불법으로 보고 있는 한국의 헌법 가치와 정면 충돌하는 것이므로 그 효력을 승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한일청구권협정은 국가간 피해보상에 국한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도 판시했다.

피해자들로서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매우 고무적인 판결 내용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시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행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가 3년으로 제한돼 있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보상 소송도 대법원 판례가 나온지 3년 후인 올해 5월 23일까지로 제한돼 있는 것이다.

다행히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이 이 시효를 무제한으로 하거나 제한적으로 연장시키는 ‘일제강점하 강제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고,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해 이달 임시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강제징용피해자 10만여명, 일 전범기업 보상소송 확산
대법원 판결 이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보상 요구는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로 징용되고 있는 조선 여인들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는 오는 21일 서울중앙지법에 피해자와 유족 1004명이 참가한 집단소송으로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대규모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소송대상은 미쓰비시, 미쓰이, 아소, 닛산, 쇼와 등 100여개 일본 기업이다.

또한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에 따르면 이달 초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전범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만 나오던 재판 결과도 최근 들어 속속들이 유리하게 나오고 있다.

2009년 9월 광주고법은 양금덕 할머니 등 정신대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조정신청을 받아 당사자 간 합의를 권고했다. 앞서 1심은 1인당 1억5000만원씩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이 조정을 거부한 상태다.

또한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13명과 사망자 피해자 유족 18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인당 8000만원에서 1억원을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가기관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 건수는 11만2544건이며, 이 가운데 정부 심의를 통과해 위로금을 받고 있는 수는 10만2862건이다.

생존해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대부분이 80‧90세의 고령이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피해보상 소송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제로부터 광복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국은 경제광복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하는 그날 대한민국은 진정한 광복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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