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뜬 뒷수습은 옛말…앞서 나가는 KT
굼뜬 뒷수습은 옛말…앞서 나가는 KT
  • 김창만 기자
  • 승인 2015.06.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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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시장의 만년 2위 KT가 최근 업계 향방을 좌우할 굵직한 의제의 주도권을 잡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민영화된 지 13년이 지났음에도 그동안 공기업 특유의 굼뜬 문화가 남아있어 업계의 기류를 따라가는 데 급급했던 KT이기에 최근의 적극적인 행보는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수면위로 부각되는 ‘황창규’ 효과
KT는 이통시장을 뒤흔든 이슈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 5세대 이동통신 시대 진입의 교두보로 인식되는 ‘기가 LTE’ 상용화 등에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기민함을 뽐내고 있다.

지난 5월 초에 2만원대(부가세 제외) 요금제에서 음성통화와 문자를 풀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하는 방식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전격 내놓으며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패러다임 변경의 선봉에 섰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기가 LTE의 세계 첫 상용화를 발표하며 데이터 속도 경쟁에 불을 지폈다.
3밴드 LTE-A와 기가 와이파이를 하나의 통신망처럼 묶은 기가 LTE는 기존 LTE보다는 15배, 3밴드 LTE-A보다 4배 빠른 최대 1.17Gbps의 속도를 낼 수 있어 스마트폰으로도 기가급 속도를 구현하는 게 가능해진다.

과거에 비해 한결 빨라진 KT의 움직임을 두고 이통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황창규 회장 취임한 이후 8000여명에 달하는 명예퇴직과 조직개편 등을 통해 한결 기민해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올들어 과거와 달리 시장의 굵직한 의제들을 선점하는 게 눈에 띈다"라며 "작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쳐 조직을 어느 정도 재정비해 과거보다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진데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황창규 회장 효과까지 겹친 덕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기가 LTE 기술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의 열쇠는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쥐고 있었는데, 삼성전자는 황 회장과의 인연을 고려해 KT의 손을 들어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인 황 회장은 과거 삼성전자 시절에 반도체 메모리가 1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내용의 '황의 법칙'을 주창하며 삼성전자의 전성기를 이끈 바 있다.

◆SKT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
그러나 KT의 약진을 단순히 황 회장의 공으로 돌리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는 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지지부진한 행보에 의한 반대급부라는 누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SK텔레콤은 KT에 연속으로 굵직한 이슈의 선점 기회를 내주며 1위 사업자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다. 더욱이 이동통신 시장의 굵직한 이슈들은 주로 SK텔레콤이 주도하고 KT와 LG유플러스가 따라가는 구도가 일반적이었기에 충격이 더 크다.

게다가 SK텔레콤은 올해 장동현 사장이 부임한 이후 지난 10여년 간 유지해온 점유율 50%마저 붕괴된 상황이다. 비록 장기 미사용 선불폰 직권해지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표면상 LTE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큰 힘을 내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군다나 영업정지도 예고돼 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3월 2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판매장려금을 과다 지급해 시장 과열을 주도한 혐의로 SK텔레콤에 과징금 235억원과 영업정지 7일을 부과했다.

만약 이 시기를 틈타 경쟁사들이 공시보조금 상향 조정을 비롯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경우 추가적인 가입자 이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의 움직임에 비례해 큰 변동이 감지됐지만 최근에는 KT가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세가 역전된 것 같다"라며 “임원교체, 총수 부재 등 내부적 상황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경제=김창만 기자]

 


김창만 기자 kcm@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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