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선택한 다음카카오와 김범수 의장
변화를 선택한 다음카카오와 김범수 의장
  • 양동주 기자
  • 승인 2015.08.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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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의 실권자인 김범수 의장이 또 한 번 칼을 뽑아들었다. 이번에는 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신규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 교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1년 가까이 다음카카오를 이끌어 온 이석우, 최세훈 공동대표체제에서 단독대표체제로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김 의장이 떠안아야 할 부담도 커진 셈이다.

 

◆다음카카오 수장으로 지명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다음카카오는 지난 10일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로 내정한다고 밝혔다. 케이큐브벤처스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다음카카오 계열 벤처투자사다.

1980년생인 임 내정자는 2003년 KAIST 산업공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액센추어에서 IT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이후 NHN 기획실 전략매니저, 보스턴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 심사역을 지낸 뒤 2012년부터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빨라지는 모바일 변화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대표 체제에서 단독 대표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임지훈 내정자는 모바일 시장에 대한 통찰력과 안목을 가진 젊은 감각의 소유자"라고 설명했다.

임 내정자는 오는 9월 23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문책성 인사 또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
공동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로 변화를 꾀했다는 것은 다음카카오가 공동대표 체제의 시너지에 만족하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은 단연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다.

지난해 10월 1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합병으로 공식 출범한 다음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에 몸담았던 이석우 대표의 공동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출범 초기만 해도 다음카카오는 네이버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부각됐고 다음과 카카오를 상징하는 다음카카오의 두 수장은 빠르게 회사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모바일 신사업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합병의 시너지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뒤를 이었다.

실제로 11일 발표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시장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매출 2265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0.6% 올랐을 뿐 영업이익은 무려 81.6% 감소했다.

이처럼 다음카카오 출범이 아직까지 외형을 불리는 선에 그칠 뿐 별다른 소득을 가져다주지 못한 상황에서 행해진 대표 교체는 평소 '모바일 산업 강화'를 외쳐온 김 의장의 입김이 작용한 문책성 인사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임지훈 신임 대표가 풀어야할 숙제
다만 신임 대표가 다음카카오를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일단 임 내정자가 김범수 의장의 낙하산이란 부정적인 시선을 떨쳐내고 모바일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한 다음카카오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알려진 것처럼 임 내정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케이큐브벤처스는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다음카카오 계열 벤처 투자회사다.

김 의장과 임 대표는 2010년 각각 카카오 경영자와 투자자로 첫 인연을 맺은 후 2012년 4월 IT기업 전문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를 공동 설립했다. 임 내정자에게 김 의장이 든든한 버팀목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실제로 임 내정자는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로 합류한 첫해 송년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믿고 맡겨주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김범수 의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임 내정자가 전면에 부각된 이후에도 다음카카오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아무리 김 의장이라도 입지 축소는 피하기 힘들다. 그만큼 임 내정자에게 돌아올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알게 모르게 계속된 카카오·다음커뮤니케이션 인력 사이의 반목을 풀어야 하는 숙제도 고스란히 임 내정자에게 넘겨졌다.

공동대표 체제하에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대변했던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측의 목소리를 전달하던 이석우 대표가 표면적이나마 화합을 이끌어냈지만 이들이 물러난 이후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던 잡음이 다시금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공동대표체제에서 다음카카오가 큰 잡음 없이 다음카카오는 공동대표체제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출시된 교통 서비스 ‘카카오택시’를 필두로 인터넷전문은행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도 공동대표체제의 업적으로 꼽힌다.

게다가 벤처 투자자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지닌데 반해 서비스 운영 이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향후 임 내정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지경제=양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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