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가는 암호해제 논란, 귀결은?
법정가는 암호해제 논란, 귀결은?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03.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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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테러범의 아이폰 잠금기능 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FBI(미국연방수사국)와 애플의 갈등이 지속 될 전망이다. 지난 달 16일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FBI의 요구를 받아들여 애플에게 해제 명령을 요구했으나 애플은 항소를 신청했다. IT업계는 경쟁업체인 애플을 지지하고 나섰고 FBI와 법무부 진영과의 ‘보안’을 둘러싼 장기전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샌버너디노에서 무슬림 부부가 총기테러로 14명을 사살했다. FBI는 테러범이 소유하고 있던 ‘아이폰5c’를 통해 배후를 조사하려 하지만 모든 내용이 암호화 되어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의 잠금장치는 10회 이상 누르면 내용물 삭제가 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FBI는 애플에게 암호해제를 위한 소프트웨어 제작을 요구했고, 연방법원도 애플에게 해제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애플은 “법원의 명령 자체는 언론출판과 집회의 자유 등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 1조 등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명령 취소’를 요청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많은 사람들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해커나 전체주의 정부들이 악용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고 하며 ”법을 준수하는 수억 명의 데이터 안전과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경하게 거부했다.

반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정부가 요청한 것은 ‘마스터키’가 아니라 수사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수사 단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유가족들의 슬픔을 지워낼 수 없을 것”이라며 호소했다. 이어 “애플이 거부하는 이유는 사업모델이나 브랜드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또한 법무부는 “연방법원의 이행명령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FBI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지난 달 29일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은 애플이 FBI의 기술 지원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사법당국에서도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IT업계의 반응은
반면 IT업계는 “정부가 말하는 일회성 요구가 모든 기기에 적용되는 일반적 우회 도구가 될 것”에 동의하며 애플 진영에 가세하고 있다. 처음에 애플이 FBI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달리 갑자기 소매를 걷고 나서는 모습이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앞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보안 장치를 백업할 수 있는 뒷문(back door)을 요구하는 것은 보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길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도 트위터를 통해 “구글은 사법기관의 합법적 요청에 의해서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기기와 데이터를 해킹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애플을 지지했다. 국가 안보상의 이유라도 사생활보호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빌 게이츠 MS(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이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정보 요청은 특별한 경우”라며 FBI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긴 했으나 다음 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FBI를 동의하는 것처럼 보도되어 유감을 표시하며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브래드 스미스 MS 최고법무책임자는 “애플을 돕기 위한 법률 의견서를 법원에 낼 것이다”고 하며 MS 역시 애플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이외에 와츠앱, 트위터, 모질라 등 CEO들도 SNS나 인터뷰를 통해 애플의 대응을 지지했다.

또한 4일(현지시간)BBC 보도 따르면 미디엄, 깃허브, 킥스타터 등 17개의 영향력 있는 IT업계들은 ‘애플지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FBI 요구사항 그대로 이행할 경우, 사용자들의 보안이 위협받게 될 기술적 근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전략적 동맹의 이유는
IT업계가 경쟁을 뒤로 하고 힘을 모은 이유는, 사건의 처리 결과에 따라 IT나 보안업체 등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철통보안’을 전제로 전개하는 각종 IT기반 사업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는 평이다.

SW(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부문을 맡고 있는 패더리기 애플 수석 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래 IT 혁신은 강력한 기기 보안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SW가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졌을 때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준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하며 ‘백도어 SW'의 악용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IT진영은 오는 22일 첫 행정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대경쟁사인 구글과 MS, 페이스북은 법정 공동 브리핑에 나선다. 애플과 FBI의 법정싸움을 두고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지경제 = 이한림 기자]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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