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계획없이 속도만 내고 있다
마땅한 계획없이 속도만 내고 있다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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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이 추진중인 초소형 휴식공간 ‘캡슐호텔’ 사업 방향의 가닥이 잡혔다. 22일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는 다음 달까지 캡슐호텔에 대한 수요 조사와 규모, 디자인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공동으로 발표한 '인천공항 경쟁력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중 하나가 캡슐호텔이다..

캡슐호텔은 해외공항에서 이미 선을 보인 초소형 휴식공간이다. 환승시간이 많이 남았거나 대중교통 운행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에 주로 이용된다. 워커힐이 운영을 맡기로 하고, 67칸 규모로 공항내 설치를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공항은 당초 계획보다 인하한 시간당 6~7천원, 샤워실이 포함됨 단독룸은 8~9천원 선으로 캡슐호텔의 이용료 책정할 예정이다. 인근 허브 공항에서 운영중인 캡슐호텔 이용 요금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캡슐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공항 인근 공항은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과 나리타공항,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 등이 있다.

2014년 문을 연 나리타공항의 캡슐호텔은 사업 초기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나인아워 (9hours)’라는 이름의 이 캡슐 호텔은 숙박과 대실, 샤워를 세분화한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무료 샤워가 포함돼 있는 나인아워즈 단독룸의 대실 서비스는 09시부터 18시까지 운영되며 최초 1시간에 1500엔, 이후 1시간 당 500엔의 추가요금을 지불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만5374원이다. 1시간만 이용할 경우 인천공항의 캡슐호텔보다는 비싸다. 그러나 추가되는 시간당 요금이 5124원으로 3시간 이상부터는 인천공항의 캡슐호텔 보다 저렴해진다.

또한 숙박 요금제도 4900엔부터 시작한다. 우리 돈 5만원으로 정오에 체크인해서 체크아웃 하기 전인 익일 오전 10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숙박 서비스에도 샤워는 포함돼 있다. 아직 인천공항 캡슐호텔의 구체적인 요금제가 공개되지 않아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최저로 잡은 6천원대를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비싸다는 눈총을 피하기는 어렵다.

캡슐 호텔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이런 맥락이다. “캡슐 호텔 사업 자체가 24시간 잠들지 않는 공항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수립된 계획이다 보니 사업성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없는 상황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계획의 수립 단계에서부터 캡슐호텔의 이용 고객에 대한 예측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따른다. 캡슐호텔이 인천공항의 허브공항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마련하는 장치라면 서너시간 쪽잠을 자기 위해 노숙까지 마다치 않는 환승 여행객들의 주머니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청년 여행단체 간사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직항보다 환승이 저렴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환승편을 구입한다”며 “이런 환승객들을 붙잡기 위해 캡슐호텔을 마련한다면 인근 허브공항에 준비된 캡슐호텔과의 가격경쟁력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머니가 넉넉하다면 공항내 캡슐호텔 대신 여유롭고 아늑한 환승호텔을 이용할 것”이라며 “환승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운영사와 공항의 수익을 고려하는 바람에 경쟁력 없는 가격정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맥락으로 지적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캡슐호텔의 사업방향이 구색 갖추기에 불과해 보인다”라며 “품격 보다는 실용성과 경제성에 주목해야 사업 취지인 ‘공항 경쟁력 확보’에 부합한 공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을 담당할 워커힐 관계자도 조심스러운 우려를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워커힐의 관계자는 “잇달아 발생한 인천공항의 보안사고와 싱가폴 창이 공항을 비롯한 인근 허브공항들의 성장 등 인천공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항 인근 대규모 복합 리조트 개발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캡슐호텔의 가격정책에 따르는 실효성 예측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항공사의 심야시간 노선 개설을 유도하기 위해 심야시간 운항증가분 착륙료를 감면한다. 심야에 운영하는 상업시설 비중도 20~30% 까지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올해 초부터 외국인 밀입국, 폭발물 의심물체 발견 등 공항 내 보안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여론은 아직 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인천공항측이 심야노선확대와 심야서비스증대, 캡슐호텔 등 야간서비스를 활용해 환승객을 유치하려한다면 보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완벽한 시스템의 완성부터 필요해 보인다.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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