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지루하다고?
볼보가 지루하다고?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4.12 1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전매력 V40 크로스 컨트리

앞선 볼보의 시승기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이전 볼보의 디자인에 대한 솔직한 평가는 지루함이었다. 단정함과 균형을 강조했기에 나온 결과로 보이지만, 두꺼운 모직 셔츠를 제일 윗 단추까지 모두 채운 듯 답답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2000년대 후반 볼보의 디자인은 곡선을 살린 현대적인 해석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된 V40가 현재 볼보 디자인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V40의 매력은 범퍼-보닛-루프를 이어주는 라인이다. 이 선은 볼보 역사를 통틀어서 양산해온 모델 가운데 가장 날렵하게 빠졌다. 해치백답게 후면부의 라인이 떨어지지만, 볼보는 V40의 후면부에서도 스포티함과 세련됨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구축한 이미지와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V40 때문인지 요즘의 볼보는 역동적이고 신선해 보일 때도 있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V40의 세 번째 모델 크로스컨트리를 만난 다음부터는 볼보 브랜드 전체에 대한 매력이 크게 다가왔다. 도로위에서 볼보의 구형 모델을 마주쳐도 진부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질 정도로 콩깍지가 씌인 것 같다.

시승에 앞서 볼보 관계자는 V40 크로스컨트리를 “신나는 차”라고 설명했다. 어떤 면에서 신나게 될 것인지는 직접 경험해 보라는 것이다.
 

 

V40와 크로스컨트리의 가장 커다란 차이는 38mm 높아진 전고와 12mm 높아진 최저 지상고다. 바닥과의 간격을 벌린 만큼 거친 길도 마음 놓고 다녀도 좋다. 크로스컨트리의 하부에는 검정색 플라스틱 패널이 둘러져 있다. 오프로드에서 진흙이나 자갈이 튀어 상처입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이다. 차가 다치면 차주의 마음도 다치기 마련임을 아는 볼보의 세심한 배려다.

전고가 높아진 만큼 시야는 더욱 넓어졌다. V40가 좋은 연비와 승차감, 안전성을 기반으로 세련된 도시형 해치백이라면, 크로스컨트리는 멀티플레이어다. 높은 시트 포지션이 확보해주는 시야는 자신감 있는 주행을 이끌어낸다. 차체가 부담스럽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C세그먼트 해치백 사이즈에서는 분명 효과를 볼 수 있다.

솔직하게 크로스컨트리를 시승하는 동안 스스로 ‘운전을 꽤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와 손맛, 두 가지를 다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로스컨트리를 시승해 처음 방문한 곳은 라이더들의 휴식처인 ‘원곡 만세고개’ 휴게소다. 오전에 도착해서인지 바이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넘어가며 몇 군데의 헤어핀 구간과 오르막·내리막을 경험해봤다. 짧은 구간이지만 성능을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저속에서의 와인딩을 통해 알아본 크로스컨트리는 수준급의 반응과 제동을 보여줬다.

잠시 여유를 부리고 발을 돌려 향한 곳은 남원이다. 전주 시청에 볼일이 있어서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했다. 한적한 고속도로에서의 크로스컨트리는 더욱 매력을 뽐냈다.

우선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이다. V40와 마찬가지로 균형은 잘 잡혀있다. Y영역 근처까지 속도를 올려도 불안함보다는 짜릿함을 어필했다. 전고가 높아진 것에 대한 부담이 조금 있었지만 바닥에 달라붙는 느낌의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2리터 4기통 터보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최고출력 245마력과 최대토크 35.7kgm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순발력도 수준급이다. 동급 해치백의 고성능 모델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크로스컨트리 T5 모델에만 적용되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코너링에서 언더스티어를 줄여주며 트랙션 컨트롤을 포함한 DSTC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의 조합은 바닥을 꽉 쥐고 달린다. 고속주행이다 보니 연비는 나빴다. 가솔린과 사륜구동을 더하면 연비가 떨어지는 공식은 언제나 들어맞는다. 초고속주행에서 순간연비는 5km/ℓ 언저리를 유지했다.

두 번째는 승차감이다. 전고는 높아졌다. 하지만 V40에 비해서도 더욱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락함을 제공했다. 편안하기로 이름난 볼보의 시트는 크로스컨트리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서스팬션의 세팅은 조금 다부진 느낌을 주지만 엉덩이로 올라오는 노면 충격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소음에 대한 대비도 잘 돼있다. 130km/h 정도의 속도에서도 동승자와 대화에 지장이 없다. 풍절음은 간간히 들려오지만,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잘 제어되고 있었다.

세 번째로는 신뢰다. 볼보의 첨단 안전장치들은 크로스컨트리에도 어김없이 장착돼 있다. 엔트리급 모델이라고 해도 무척 볼보답다. 크로스컨트리처럼 각종 안정장치들이 완비된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심리적인 여유를 제공한다. 한 시간 남짓 고속 순항에 가까운 주행을 말 그대로 즐겼다. 볼보의 크로스컨트리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중학교 동창네 자가용이 볼보 세단이었다. 친구의 아버지께서 빙판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화물차와 크게 충돌했는데 보닛 절반이 찌그러진 볼보 세단에서 팔꿈치를 잡고 내리시던 친구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다. 화물차와 부딪쳐도 안전한 차. 어릴적 내게 볼보는 그런 이미지로 다가왔다.
 

 

안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지금의 볼보는 디자인과 성능, 용도에 있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크로스컨트리 수준의 해치백을 생산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안전성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지금 크로스컨트리를 선택하는 것은 가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시승을 마치고 볼보 관계자에게 “정말 신나는 차가 맞다”고 맞장구를 쳐줬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반납 시간을 미뤄서라도 바로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비싼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별 4개 반이 아깝지 않다.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