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떨어지고 부담은 올라가고
금리는 떨어지고 부담은 올라가고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6.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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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SC은행)의 저조한 실적이 예사롭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별다른 타개책이 안 보인다는 부정적인 전망마저 잇따른다. 두 은행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위기탈출 전략을 가동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365억원의 당기순이익과 4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렇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것은 지난해 4분기 씨티캐피탈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기타영업손실 705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분기 11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흑자 폭이 거의 70% 가까이 떨어졌다. 영업이익을 보면 지난해 1분기에는 1216억원의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6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약 62% 정도 줄어든 것이다.

SC은행은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 2858억원을 냈고 올해 1분기 순이익도 291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376억원)와 비교하면 22.6% 감소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351억원이었고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347억원)에 비해 약간 늘었다. 지난해 4분기 SC은행은 대규모 특별퇴직 비용이 발생하면서 3941억원의 적자를 냈다.

씨티은행과 SC은행 모두 지난해 4분기보다는 실적이 호전됐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저조한 성과를 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좋지 않아 두 은행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씨티·SC 부진한 이유는?

현지화 전략 실패는 씨티은행과 SC은행의 부진을 설명하는 핵심요소이다. 공교롭게도 두 은행은 국내 시장 철수설로 한동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SC은행은 지난 4월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ard)은행의 준말인 ‘SC은행’에서 ‘SC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SC은행이 개명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보다 더 고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기 위함이다. 그동안 SC은행 안팎에서는 제일은행이란 이름을 쓰지 않는 것이 현지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 SC은행 철수설이 나오면서 고객들이 거래를 피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철수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씨티은행 역시 현지화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했다. 게다가 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에 11개 중남미 국가에서 소비자 금융사업을 접은데 이어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등 남미 3개국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8월 박진회 행장이 직접 나서 “소매금융 철수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씨티은행 철수설’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점포 및 직원 수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는 점도 두 은행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데 일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점포는 지난해 6월말 기준 134개이며 직원 수는 3600여명이다. SC은행의 점포는 지난해 9월말 기준 251개이고 직원 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4200여명 정도다. 점포 1100여개, 직원 수 2만명에 달하는 KB국민은행과 극명히 대비된다.

저금리 기조 역시 씨티은행과 SC은행을 괴롭히는 악재다. 시중은행의 지난해 연말 순이자마진(NIM)은 국내 은행 1.58%, 외국계 은행 1.2%에 그쳤다. 2009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국내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1.98%였다. 순이자마진은 은행 등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해 거둔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빼고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이것은 금융사의 수익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향점 다른 위기탈출 전략

씨티은행은 국내에서도 최근 수수료를 올리면서 소매금융보다 기업금융 및 부유층 대상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이 아닌 기업금융과 부유층 대상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최선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직원 수가 적은 씨티은행 입장에서는 소수의 주요 고객을 확실히 붙잡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반포에 ‘WM허브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씨티은행의 첫 자산 관리 특화점포다. 채권, 보험 등의 전문가들이 각 고객에게 맞는 투자전략을 제공한다. 씨티은행은 반포 외에 WM허브센터 10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씨티은행이 국내 점포를 계속 줄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씨티은행은 2014년 전체 지점의 30%인 56개 지점을 문 닫고 650명 가량의 인력을 줄였다. 은행업무가 대부분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되고 있고 부유층의 경우 집집마다 거의 가족 구성원 숫자만큼 승용차를 갖게 된 상황에서 동네 은행 점포는 점점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최근 각 금융사들의 수익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는 자산 관리 특화점포는 기본적으로 대형일 수 밖에 없다. 작은 규모일 경우 충분한 금융전문가를 배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산 관리 특화점포의 결정적 강점은 한 점포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씨티은행의 과제는 경쟁 은행이나 증권사의 부유층을 타겟으로 한 WM서비스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미국 씨티그룹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다는 강점을 살려 외환업무나 해외투자에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반면 SC은행은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소매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SC은행이 최근 중시하고 있는 것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또 지난해 말부터 야간과 주말에도 영업하는 소형 점포 뱅크샵(Bank#)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금융사 점포들이 대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SC은행은 역발상을 해서 뱅크샵을 내놓았다.

뱅크샵은 SC은행과 신세계백화점의 제휴로 지난 12월부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내부에서 운영되는 소형 점포다. 직원 2~3명이 근무하며 태블릿PC를 활용해 현금 출납을 뺀 대부분의 은행서비스를 처리한다.

뱅크샵과 유사한 것이 뱅크데스크다. 뱅크데스크는 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에서 60여개가 운영되고 있고 운영시스템은 뱅크샵과 같다. 뱅크데스크와 뱅크샵의 차이는 운영 인원과 크기의 차이로 뱅크데스크가 더 작고 운영인원도 적다.

고객 신뢰 회복하는 것이 살 길

학계인사들은 씨티은행과 SC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외국계 은행들은 고금리 대출상품이 많고 과거 키코(KIKO)판매 등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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