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남의 은행 될라
우리은행… 남의 은행 될라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7.26 08: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 우리은행의 실적이 호전됨에 따라 민영화 기대감도 같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우리은행 지분인수에 중국 안방보험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우리은행이 ‘중국은행’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금융권 전체에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 현실적으로 국내 대형은행 중 우리은행이 마지막으로 중국 금융사가 지분을 많이 사들일 수 있는 은행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사진 = 뉴시스>

◇ 우리은행 민영화될까 =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대해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우리은행에 대한 잠재수요 파악과 같이 세부 매각방안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 일정이나 매각방안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다음달 말 정도에 우리은행 지분 매각공고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51%의 우리은행 지분 중 30~40%를 4~10%씩 나눠서 판매하는 형태의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금융위나 우리은행 주변에서는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우리은행 지분을 사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중국 안방보험이 우리은행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것과 우리은행에 대한 관심을 연결해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을 서서히 장악한 다음 우리은행 지점망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팔면 톡톡히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보유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아울러 한국 금융환경 특성 상 은행이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 위에 군림하는 ‘갑’이라는 점도 안방보험의 흥미를 자극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의 정보도 어느 정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 대형은행 중 우리은행이 마지막으로 중국 금융사가 지분을 많이 사들일 수 있는 은행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안방보험 입장에서는 우리은행 지분을 연이어 인수하는 방법으로 꾸준히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장악한 다음 대(大)자본을 투입해 국내은행들과 경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굳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에 대해 “중국 자본이 우리 금융사를 사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투자를 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의 개방성이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어서 문제였다”고 말했다.

◇ 우리은행 민영화 어려울 수도 = 그렇지만 우리은행 민영화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외국 금융사들이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일부 금융권 인사들은 국내 은행들은 정부의 손아귀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정부의 보호 아래 과점구조를 형성하고 제한된 이익을 서로 적당히 갈라먹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 세계 경제 불안과 한국 경제 침체로 인해 우리은행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경영권도 가질 수 없는 우리은행 일부 지분을 살 투자자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이런 점은 중국자본인 안방보험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관치에 적당히 협조하면서 큰 노력 없이 안락하게 과점에 따른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더 악화돼 대형은행 중 무너지는 은행이 생길 경우 그 은행을 인수하면 안방보험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한국의 은행들이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것처럼 중국의 은행들도 중국 정부의 손아귀 안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방보험이 한국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곧 중국 정부가 한국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중국 자본의 국내 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안화 청산은행인 중국 교통은행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많은 이들이 한국이 위안화 경제권으로 편입될 수 있다며 우려했었다. 실제로 한국 경제가 더 약해지고 중국 경제가 더 강해질 경우 한국 경제는 중국에게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중국의 무역보복이다. 이미 한국 수출의 25% 정도가 중국으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 <사진 = 곽호성기자>

◇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하려면 =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민영화가 성공하려면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지분을 최대한 비싼 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것을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이 과감한 구조조정이다.

지금 당장은 실적이 좋았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꾸준히 좋은 경영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고 불필요한 조직이나 인력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예대마진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투자은행(IB)같은 새로운 분야에도 과감히 도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은행이 최근 높은 실적을 거뒀다면 그것을 놓고 기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과감히 그 돈으로 해외 진출이나 신(新)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