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에어컨 기사 추락과 한국 보수의 몰락
[기자수첩] 에어컨 기사 추락과 한국 보수의 몰락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8.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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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성 기자

연일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냉방을 해주는 에어컨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이렇게 고마운 에어컨이 고장이 나면 당연히 수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바로 그 사람들이 에어컨 수리기사들이다.

그런데 요즘 에어컨 수리기사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집집마다 에어컨을 가동하니 고장 때문에 수리기사들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수리를 하기 위해 온종일 땀을 흘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그나마 이 정도면 다행인데 에어컨 실외기 수리 중에 에어컨 수리기사들이 추락해 다치는 일이 계속 생기고 있다.

에어컨 수리기사들의 추락 사고를 보면서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한국 보수의 몰락이 떠오른다.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당연히 소속된 기업이 있다. 그 기업들은 에어컨 수리기사가 추락하지 않도록 배려해 줄 필요와 의무가 있다. 만일 그들의 작업 시간 등에 대한 배려가 충분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추락사고가 줄었을 것이다.아마도 에어컨 수리기사가 소속된 업체의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는 인정이나 동정심 같은 것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한국의 보수사회를 이끄는 이들도 인정이나 동정심이 별로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세력은 진보 세력이나 반(反)보수 세력에게 패배했다. 결국 민주사회는 지지자를 더 많이 끌어 모으는 편이 이기게 돼 있다.

전쟁도 비슷하다. 중국사를 보면 모택동이 이끄는 홍군은 초기에는 장개석 국민당 군대에게 밀렸지만 차츰 세력을 회복해 중원을 모두 차지했다. 국민당 군대는 부패했고 백성들의 고혈을 짜냈다. 국민당 군대의 횡포 때문에 민심이 모택동의 홍군에게 몰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 보수진영은 가장 간단한 원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을 모으면 선거에서 이기고, 모으지 못하면 지는 것이다. 이권을 소수의 사람만 독식하려 들면 당연히 다수가 불만을 갖게 된다. 다수가 불만을 갖게 되면 당연히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

한국 보수가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는 결국 배려의 부족이다. 야당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해도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경제난은 결국 한국 보수의 책임이다. 국민은 보수 성향 대통령을 만들어줬고 보수정당을 국회 다수당으로 만들어줬다.

지금 한국 보수가 우선 할 일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작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일이다. 생활고를 겪는 6.25전쟁이나 월남전 참전용사들이나 독립운동가 후손들, 앞서 언급한 에어컨 수리기사들이나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가난한 젊은이 같은 사람들에게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야 한다. 

가진 자들은 못 가진 자들이 자신들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며 못 가진 자들을 싫어할 것이다. 하지만 가진 자들이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에어컨 수리기사를 추락하게 만들고,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죽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지금 한국 보수가 가져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자세다.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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