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플러스의 멤버쉽은 함정카드
[기자수첩] 유플러스의 멤버쉽은 함정카드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10.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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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와 KT는 LG유플러스 멤버쉽 약관을 벤치마킹 하라

완벽한 설계를 꿈꿨다. 돋보기를 가져다 약관을 들여다 볼 사람은 흔치 않다. 1mm 크기라고 해도 써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법원은 이를 인정해줄 것이다. 빠져나갈 방법을 갖췄기에 보상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홈플러스의 이야기다. 아니 통신사 멤버쉽 약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약관. 이제는 읽지 않은 사람이 죄인이다.

강경식 기자

사전에서 찾아 본 약관의 정의는 계약의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편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뜻한다. 다시 말해 계약 당사자 상호간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정리된 내용이다. 계약이 성립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안이며, 이행될 계약 내용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앞서 언급한 홈플러스의 전현직 임원들은 약관에 눈으로 읽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글씨지만 개인정보의 유상판매와 관련한 내용을 기재했다는 이유로 2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약관을 갖고 장난을 친 것이다. 잘 보이지 않을 크기의 글씨였지만 약관에 적혀 있었기 때문에 면죄부도 받았다. 그러나 팔려나간 개인의 신용정보와 함께 전 국민의 신뢰도 잃었다.

여기 홈플러스처럼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판매하겠다는 업체는 아니지만 언제 개정됐는지 직원들도 모르는 약관의 특수조항으로 소비자의 멤버쉽 포인트를 삭감시킨 업체가 있다. 바로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 멤버쉽 약관이 홈플러스와 같은 장난이라고 단정지을수는 없다. 하지만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반박할 근거는 충분하다.

국내 통신시장의 약 50%는 SKT가 보유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KT가 나머지 절반을 나눠갖고 있으니 국내에서 통신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약 1/4이 LG유플러스의 고객인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이들에게 일시정지 또는 분실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멤버쉽 등급을 일반으로 떨어뜨리는 조항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이 조항은 모든 멤버쉽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다시 말해 10년동안 8만원 가량 평균 요금을 매월 납부해온 VIP고객이라고 해도 일시정지나 분실처럼 사용을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다음 달 부터 일반등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멤버쉽 등급이 떨어지면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현금성 서비스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VIP등급 이상에게만 적용됐던 영화예매는 불가능해 진다. 편의점 등 할인혜택에 사용되던 멤버쉽 포인트는 일반등급 기준으로 삭감된다. 할인 혜택에 필요한 포인트 자체가 삭감되는 방식이라 등급하락에 따른 혜택의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것이다.

또한 LG전자와 LG생건 및 LG생명과학 등 계열사의 제품을 추가할인 받는 범위도 축소된다. 임직원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패밀리샵의 VIP등급과 일반등급의 할인 폭은 5%. 사용가능한 포인트도 줄어들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이 큰 폭으로 차이난다. 결국 VIP수준의 요금을 매월 내고 있다 하더라도 멤버쉽과 혜택에서 VIP대접을 받지 못하게 된다.

홈플러스의 판례와 같이 현행법은 소비자에게 약관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믿을만한 장사를 하는 업체가 없으니 계약 조항에 대한 숙지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법의 판단이다. 안 읽은 사람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LG유플러스의 멤버쉽 약관도 마찬가지다. 한눈을 판 사이에 휴대폰을 훔쳐 달아난 도둑은 피해자의 멤버쉽 등급마저도 약탈해간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 약관을 읽어봤다면 더욱 주의했을 것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LG유플러스의 약관은 기가 막히는 조항이다. SKT와 KT는 해당 조항을 따라서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소비자들은 할부약정이 끝남과 동시에 통신사를 이동 할 터인데 장기 사용자라고 해서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럴싸한 혜택으로 홍보해서 모집만 하면 된다.

여기에 약관 개정과 관련해 안내를 하지 않는 센스마저 갖춘다면 더 이상 LG유플러스를 부러워 할 이유가 없어진다. 괜히 알려서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개정을 알리다가 약관을 들여다 보기라도 해서 불평등 조항이니 뭐니 떠들만한 여지조차 만들면 안 된다. 약관은 개정하기 나름이니까.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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