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백태] 욕심 없다는 풀무원 회장님…아드님 회사에 전폭지원
[내부거래 백태] 욕심 없다는 풀무원 회장님…아드님 회사에 전폭지원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10.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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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 언제까지?

[이지경제] 강경식 기자 = 남승우 풀무원 대표·총괄사장(64)은 겉치례 없는 기업 총수로 유명하다. 또 겸손한 인품과 욕심이 없는 태도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경영마인드로 평가받고 있다. 남 사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 은퇴 후 자신이 보유한 풀무원 주식 38만주를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고 경영권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계획이다.

남 사장의 이러한 생각은 기업의 운영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남 사장은 풀무원을 통해 ‘바른먹거리’와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건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며 사는 의식 있는 생활양식) 등 다양한 캠패인을 통해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을 몸소 실천했던 고 원경선 풀무원 원장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풀무원과 남 사장의 건전한 이미지는 모럴해저드에 빠진 가문을 포장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집안단속 실패 … 이미지 먹칠

남 사장은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78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8년 풀무원홀딩스가 풀무원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100% 공개매수하기로 하자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두 자녀와 친구, 친구의 두 자녀 등 5명의 차명계좌로 공개매수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매수해 3억8000만원의 수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법원은 남 사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또 남 사장의 장녀는 2012년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 화제가 됐다. 당시 아버지인 남 사장의 재산은 약 1300억원대로 추산됐다. 그러나 딸 남 모씨와 남씨의 전남편이 연루된 사기사건의 피해자에게 40억원의 채무를 감당하지 않기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까지 동원해서 파산신청을 접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밑빠진 독에 내부거래
남 사장의 의도는?

최근들어 남 사장의 골치를 아프게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계열사인 올가홀푸드다.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이 모태가 돼 풀무원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올가홀푸드는 현재 남 사장의 장남인 성윤씨가 전체 지분의 94.95%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2014년 남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풀무원 주식(218만여주) 가운데 보통주 83만주(265억6천만원)를 ‘올가홀푸드’에 대한 대출의 담보로 제공했다. 또 계열사인 이씨엠디도 84억원을 보증하고 있다. 남사장과 이씨엠디가 지급보증을 선 금액은 총 349억6천만원에 달한다.

또 내부거래를 통한 계열사간의 끊임없는 지원도 이어진다. 올가홀푸드의 매출은 지난 2009년 569억원, 2010년 638억원, 2011년 682억원, 2012년 762억원 2013년 846억원, 2014년 986억원, 지난해에는 최초로 천억원을 돌파한 10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왔다.

같은 기간동안 올가홀푸드의 특수관계자인 풀무원 계열사의 지원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는 재무재표상 내부거래의 지표를 통해 여실히 들어난다. 자본잠식 상태가 장기간 유지돼 현금유동성이 부족했던 올가홀푸드는 풀무원 계열사의 재화와 용역을 채무로 구입해 사업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09년 올가홀푸드의 특수관계자 매출은 20억원 남짓이다. 같은 기간 내부거래를 통해 구입한 내역은 78억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보유한 채권은 4억4천만원, 그러나 채무는 26억원에 달했다.

이듬해인 2010년 올가홀푸드는 풀무원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입한 재화와 용역은 67억원, 보유했던 채권은 6997만원이고, 갚아야 할 채무는 92억여원이다.

공시된 2011년의 자료에는 9억5천만원의 내부거래 매출과 71억의 구입내역이 기록됐다. 이 때도 보유했던 채권에 비해 채무가 월등하게 높은 상황이다. 1억3천만원의 채권과 34억원의 채무가 남았다.

성장세에 따라 올가홀푸드의 매출은 늘었지만 매번 계열사들에게 꾸어야 하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올가 홀푸드는 2012년에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04억원의 재화와 용역을 구입했다. 이로 인해 풀무원 계열사들에게 1억9천만원의 채권과 50억원의 빚을 지게됐다.

2013년 올가홀푸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20억원의 매출이 기록됐다. 같은 기간 79억원의 재화와 용역을 구입했고, 3억원의 채권과 27억의 채무가 남았다.

남 사장의 장남 성윤씨가 올가홀푸드의 주식을 대거 인수하며 풀무원아이씨의 종속기업에서 벗어났던 2014년에도 14억원의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과 82억원에 달하는 구매가 기록됐다. 올가홀푸드의 채권은 3억3천만원 상당이며, 채무는 25억원이다.

올가홀푸드의 카페형 식품매장 '바이올가'

풀무원 계열사의 꿔주기식 거래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5년의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가홀푸드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16억원의 매출을 위해 90억원이상을 매입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매출 채권은 2억원 수준이며, 채무잔액은 2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계열사간 거래”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올가홀푸드가 2009년 25억원, 2010년 23억원, 2011년 11억원, 2012년 21억원, 2013년 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계열사간의 보증 및 채무거래는 기업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평가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 남 사장이 은퇴 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천명했지만 풀무원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올가홀푸드의 경영권을 장남이 확보한 것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씨엠디와 남 사장의 보증과 계열사 내부거래는 이러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결국 남 사장의 의도가 풀무원 자체의 경영권 승계는 하지 않겠지만, 올가홀푸드의 성장을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 의도가 경영권 승계나 다름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락하는 주가…누구를 위한 기업?

풀무원의 주가는 지난해 5월 국내 식품업체 최초로 중국 방문판매 시장 활로 개척에 따른 호재로 상승새를 탔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참패, 화물연대와의 갈등, 직영점주 사망사건, 두부가격 인상에 대한 거짓해명 등 부정적인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풀무원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풀무원의 주가는 지난해 7월말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또 풀무원은 지난해 지입차주들과 갈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10월 풀무원의 충북지부 음성물류센터 운송업자 40여명은 회사가 노예계약을 강조하고 있다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법원이 화물연대 지입차주들에게 업무를 방해하지 말라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일단락 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풀무원 계열사 풀무원건강생활의 지점관리 A팀장과 B대리가 강남에 있는 지점점장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됐다. 이 사고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풀무원 본사 측이 직영점을 포함한 대리점들에 대해 무리한 실적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갑질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가격인상에 대한 거짓해명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13년 1월 이후 3년 만에 평균 5.1% 두부가격을 인상했던 풀무원은 ‘국산 콩 공급가가 인상’에 따른 가격인상이라는 설명이 실제 콩 가격의 추이와 달라 소동이 벌어졌다.

더불어 중국시장 진출의 호재와 반하는 해외진출 성적표가 향후 더욱 커다란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로 25년을 맞은 풀무원의 해외진출은 미국, 중국, 일본 3개국에서 지난해 기록한 적자만 428억원에 달해 ‘풀무원의 기둥이 흔들린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남승우 풀무원 대표·총괄사장

주주들의 원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부 관리 실패에 따른 주가하락이 발생하자 주주들은 경영태도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며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겠다던 사장님은 자신의 풀무원 주식 수십만주를 올가홀푸드의 대출을 위한 보증으로 내놓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던 풀무원의 계열사 이씨엠디도 수십억의 보증을 서줬다”라며 “올가홀푸드 제품의 원료와 생산, 유통의 대부분은 풀무원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져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고 건전한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 이상 배임에 가까운 올가홀푸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올가홀푸드와의 관계에 대해 “독립업체”라며 “풀무원의 전폭적인 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남 사장의 의중은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수차례 분명히 해왔고 이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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