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이한림 기자 = 스포츠유틸리티(SUV) 명가 쌍용자동차가 그 어려운 걸 또 해냈다. 티볼리로 반전에 성공했다면 G4 렉스턴은 SUV시장의 역사를 다시 쓸 기세다. 첫 달 판매 2703대, 누적 계약 대수 7500대를 기록하며 ‘왕의 귀환’을 알리고 있다.
지난 7일 G4 렉스턴을 타고 경기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자유로를 따라 임진강 부근 오프로드까지 왕복 124㎞를 달렸다. SUV에서 기품이 느껴지기는 쉽지 않을 터. 잘 만들었다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덩치에 맞지 않게 곧 잘 나갔고 무엇보다 정숙했다는 점. 오프로드에 특히 탁월했다.
운전석에 올라타자 먼저 탁 트인 시야감이 돋보였다. 20인치 휠을 SUV 최초로 적용해 차체가 확실히 높았기 때문. 눈에 띄는 9.2인치의 대형 스크린과 고급스러운 나파(Nappa) 가죽 등의 내부 인테리어는 백화점 문을 막 열고 들어온 아이처럼 설레기까지 했다.
아이쇼핑을 마치고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제 20㎞를 넘었는지 모를 정도다. 세게 밟아봤다. 시원하게 가속도가 붙더니 이내 안정적이다. 자유로의 80㎞ 속도제한 구간 4곳을 드나들기 전까지 100㎞ 이상을 반복했으나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 날 시승은 오후 조에 편성된 터라 비갠 후 바람이 거셌다. 창문을 내렸더니 운전하기 좋은 날씨는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2.2L 디젤 엔진을 얹은 녀석이지만 창문을 열지 않으면 엔진 소음이나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라디오 소리와 시승 통제 음성, 옆 사람과의 대화는 무난했다. 덩치에 맞지 않는 감도에서 놀라고 정숙함에서 두 번 놀랐다.
오프로드 구간에 들어서자 G4 렉스턴의 특징이 잘 나왔다. 수풀이 우거지고 비갠 후 날씨라 울퉁불퉁한 진흙길에 애먹을 줄 알았지만 낯설지 않은 안정감을 느꼈다. 쿼드 프레임 구조의 차체가 하나로 잘 혼합돼 험한 길도 문제없었다.
G4 렉스턴은 대부분의 SUV 차량에 들어가는 모노코크(일체형) 방식이 아닌 프레임(조립형) 방식이다. 이 부분에서 비용이 추가됐지만 흔들리지 않는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이유다.
다양한 편의사양도 돋보였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모두 스마트폰 연결을 통한 미러링이 가능하며 라디오 실시간 녹음 기능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또 주차 시 3D화면으로 비춰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차선이탈경보시스템 등은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들에게도 좋은 옵션으로 보였다.
쌍용차가 이날 시승에 앞서 공개한 한 달간의 판매 실적에 따르면 G4 렉스턴의 지난 5월말까지 누적 계약대수는 7500대. 계약자의 83%가 남성이며 50대가 35%로 가장 많았다. 최상위 트림인 헤리티지 모델이 49%에 달하는 것도 놀라운 일. 쌍용차도 예상하지 못한 수치다.
맹진수 쌍용차 마케팅 팀장은 “여러 판매 통계 자료에서도 나타나듯 정통 SUV, 프리미엄 SUV를 선호하는 고객 성향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G4 렉스턴의 복합연비는 L당 10.5㎞(2륜구동 기준)다. 가격은 3350만~4510만원이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