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Car-브랜드] ‘세단의 정석’이라는 34세 ‘그랜저’가 사는 법…왕관 내려놓고 보급형으로 제2의 삶
[이지 Car-브랜드] ‘세단의 정석’이라는 34세 ‘그랜저’가 사는 법…왕관 내려놓고 보급형으로 제2의 삶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10.2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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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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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현대자동차 그랜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34년의 세월.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듯하다. 이제는 독보적인 최고급에서 보급형 세단으로 체급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국산 고급 세단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랜저는 탄생과 함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앞선 기술력으로 세단시장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최근에는 체급을 낮추고 젊은 감각으로 무장했다. 생존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일 터. 한지붕 형님들인 G90과 G80 등에게 최고급 세단의 영예가 넘어갔다. 또 수입 세단의 공세가 상당해 지면서 위치가 예매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랜저는 그랜저. 구관이 명관이다.

오는 11월 그랜저IG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격한다. 완전변경급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얼마나 칼을 갈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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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는 지난 1986년 7월에 태어났다. 일본 미쯔비시의 힘을 빌렸다. 당시에는 일본 기술 접목=최첨단 명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넘사벽’이었다. 2.4 모델이 2550만원. 당시 서울 시내 30평대 아파트 한 채 값이 5000만원 내외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상 이상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으로 환산하면 그랜저 한 대가 4억~5억원 수준이라는 얘기다.

1세대 그랜저는 디자인에서 착안된 별명 ‘각그랜저’라는 이름으로 회자되고 있다. 더욱이 다시 출시된다면 구매하고 싶은 차량 1위에 '각그랜저'가 오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1992년부터는 뉴그랜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랜저의 본격적인 성장을 알린 모델로 평가된다. 대형차 시장은 임페리얼, 포텐샤, 아카디아 등이 나오면서 한층 치열해졌지만 선도세력은 뉴그랜저였다.

뉴그랜저의 가장 큰 특징은 각이 사졌다는 것이다. 외관 디자인은 강인함에서 부드러운 곡선미가 강조됐다. 전 세대 보다 더 커진 차체에 곡선을 더했다. 직선 위주였던 국산 대형차 디자인의 흐름을 바꾸는 신선한 시도였다.

현대차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각이 중요한 군사정권 시대를 벗어나는 시대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뉴그랜저는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각종 안전 및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되면서 최고급의 상징성을 유지했다. 뉴그랜저는 국산차 최초의 전면 에어백, 다리를 펼 수 있는 릴랙스 시트, 후석 냉장고 등을 장착해 국산 자동차에서 볼 수 없었던 최고 수준의 고급감을 자랑했다.

수요 역시 폭발적이었다. 뉴그랜저는 1세대(약 9만대) 대비 2배 가까운 16만4927대를 팔아치웠다.

사진=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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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뒤를 이어 XG가 나오면서 그랜저의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회장님·사장님과 일부 고소득 전문직의 전용차 이미지에서 20~40까지 구매층이 확대됐다. 바로 디자인의 힘이다.

1998년 탄생한 XG의 디자인은 1~2세대와 달랐다. 현대차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영향이다. 뉴그랜저보터 전장이 짧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내 공간이 더 넓어졌다. 더욱이 독자개발이라는 상징성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국민 세단의 탄생이다. 실제 XG는 대형차의 개념을 바꾼 모델이라고 평가된다.

에쿠스의 탄생도 한몫했다. 회장님들은 1999년 출시된 에쿠스로 넘어갔고, 젊은층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판매량은 더 늘었다. 무려 31만1251대.

XG에 이어 2005년 출시된 그랜저TG는 더 커진 차체와 유려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 쿠페를 닮은 루프 라인 디자인과 두툼한 리어 휀더를 적용했고 BMW의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뱅글 벗(Bangle Butt)' 디자인을 비슷하게 표현해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광고를 통해서 성공한 젊은이들의 드림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광고에는 30대로 추정되는 두 남성이 등장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지고 “친구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랜저 오너가 됐을 정도로 성공했다는 뜻이다.

사진=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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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그랜저는 에쿠스에 이어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흥행하자 확실한 승부수가 필요했다. 대형과 중형의 중간 지점, 즉 틈새시장을 노렸다. 그리고 준수한 판매량과 함께 준대형 시장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됐다.

플래그십 세단과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 수입 세단 등의 등장으로 생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된 것.

체급을 낮추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이미지로 접근한 게 통했다. 고급차의 성능 및 이미지와 비교적 싼값이 시너지 효과를 거두며 대중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2011년 출시된 HG와 2016년생 IG가 이런 장점을 등에 업고 그랜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HG의 경우 TG보다 범용성을 넓혔다. 디자인은 더욱 젊어졌지만 전 세대 TG보다 몸집을 키워 대형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어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HG의 경우 한 트림 아래인 YF쏘나타의 디자인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IG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HG보다 전장과 전폭이 더 커졌지만 날렵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주 소비층의 연령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들어 그랜저 구매자의 절반은 40대 이하가 차지할 정도. 점잖고 성공한 전문직들의 전유물이었던 그랜저가 한층 더 젊어지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랜저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와 달리 그랜저의 판매량이 압도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국내외의 다양한 차종으로 선택의 폭이 과거보다 넓어진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그랜저의 명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다음달 출시 예정인 IG의 부분변경 모델은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의 중심에 올라섰다. 쏘나타와 제네시스의 수요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년 만에 재탄생하는 IG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그랜저는 출시된 이후 30년 넘도록 단 한 차례도 실패를 하지 않은 대표적인 국산 명차”라며 “앞으로도 비교적 낮은 가격에 누리는 고급 세단의 이미지. 그리고 최첨단 안전 및 편의사양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차로 부각되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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