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家, 유튜브가 대세라서 ‘온에어’ 했는데…콘텐츠 부재‧중장년층 공략 실패 등 지지부진
[이지 돋보기] 건설家, 유튜브가 대세라서 ‘온에어’ 했는데…콘텐츠 부재‧중장년층 공략 실패 등 지지부진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4.13 08: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국내 주요 건설사가 앞다퉈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지만 구독자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건설사는 대세 미디어 콘텐츠 유튜브를 통해 업종 특유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채널 개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주 타깃인 중장년층 공략 실패와 콘텐츠 부재에 시달리며 사내 소식지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삼성물산 레미안과 GS건설 자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대우건설 푸르지오 등 브랜드를 알리는 채널은 인기가 상당하다. 이에 채널 이원화 등이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3일 이지경제가 유튜브 채널 조회수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소재 소셜블레이드(Social Blade.com)의 지난 10일 기준 국내 10대(2019년 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 건설사의 구독자 수를 조사한 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2040명 ▲현대건설 6360명 ▲대림산업 0명 ▲GS건설 384명 ▲대우건설 462명 ▲포스코건설 1630명 ▲현대엔지니어링 974명 ▲롯데건설 112명 ▲HDC현대산업개발 2470명 ▲호반건설 17명 ▲SK건설 400명 ▲한화건설 5040명 등이다.

통상적으로 유튜브 채널이 활성화되려면 구독자 수가 1만명 이상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1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를 충족하는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조사 대상 중 유튜브 채널을 가장 먼저 개설한 곳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다. 두 건설사는 지난 2011년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경우 첫 영상물은 2012년 6월, 두 번째 영상물은 2018년 2월에서야 게재됐다. 사실상 방치됐다가 지난해부터 활성화됐다.

현대건설 역시 2014년에 채널을 개설했지만 첫 영상물은 2016년 5월에서야 온에어 됐고, 지난해부터 다양한 콘텐츠가 생성됐다.

나머지 건설사들도 지난해부터 유튜브 채널을 활성화하며 브랜드 가치 향상 등 맞춤형 전략을 쏟아냈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청춘 웹드라마와 건설사 취업 정보, 분양 정보, 사내 소식, 공사 현장 등의 콘텐츠 등에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콘텐츠 한계에 부딪히며 영상 업로드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회사 홍보 영상 정도만 간간이 올라오는 수준이다 보니 구독자 증가도 사실상 멈췄다. 이에 구독자 수를 블라인드 처리한 건설사도 있다.

각 건설사가 유튜브 콘텐츠에 적지 않은 인력과 금액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굳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야 했냐는 얘기가 나온다. 건설업은 주로 기업과 기업의 B2B 사업 형태이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 정보를 제외하면 건축, 토목 공사 등은 일반인들의 관심권 밖이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솔직히 재밌는 내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유튜브 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담당 부서가 유튜브 관련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흥미를 끌어낼 만한 콘텐츠 제작이 쉽지 않은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성철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토목, 건축 관련 내용은 일반인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알고 싶은 내용이 아니다. 예컨대 모 건설사가 말레이시아에서 수주를 따냈다는 소식은 일반인들의 관심 밖”이라며 “굳이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해 건설사 채널을 키울 필요는 없다. 사내 소식지 수준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채널 래미안, 힐스 캐스팅 캡쳐
사진=채널 래미안, 힐스 캐스팅 캡쳐

B2C

건설사 유튜브 콘텐츠 중 분양 정보 관련 영상은 반응이 뜨겁다. 아파트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 및 투자 등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몇몇 대형 건설사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건설사 자체 채널과 아파트 브랜드 채널을 아예 나눠서 자사 브랜드 노출에 더욱 힘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채널 래미안’과 GS건설의 ‘자이TV’,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라이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 캐스팅’이 대표적이다. 자이TV의 경우 구독자가 10만명을 웃돌고 푸르지오와 래미안은 각각 5만명과 3만명을 달한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유명 아나운서와 연예인, 부동산 전문가들이 출연해 고객과 소통하면서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힐스 캐스팅’의 경우 방송인 김태진, 개그우먼 홍현희‧제이쓴 부부가 진행하는 영상이 관심을 받고 있다. ‘자이TV’의 ‘부동산What수다’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조우종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 부동산 전문가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이버 견본주택을 일제히 오픈하면서 관련 채널을 적극 활용한 것도 인기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채널을 구독하는 분들은 어려운 것보다 간단하고 쉬우면서 유익한 정보를 원한다”며 “재건축과 재개발의 차이라든지 청약통장 사용법 같은 콘텐츠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사 채널과 아파트 브랜드 채널을 굳이 따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분명하다. 주 타깃이 중장년층이다 보니 이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 또한 획일화된 분양 정보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유익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건설사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소비자들이 어떤 얘기를 듣고 싶은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주 타깃인 중장년층의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다양한 방식의 분양 정보 제공과 건강과 재테크 등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