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문룡식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내 금융권의 배당을 제한하고 나섰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충당금을 확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은행과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하고, 6월 말까지 국내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의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주문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러지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손실흡수능력을 개선할 필요성기 제기 돼서다.
이번 권고안은 은행권의 배당 성향(중간배당, 자사주 매입 포함)을 20% 이내로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배당 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배당 성향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주주에게 많이 돌려준다는 의미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이 2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배당은 이보다 5∼7%포인트 이상 낮춰 배당이 실시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과 배당 축소방안을 협의했다. 은행권의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배당을 자제할 필요가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당시 1997년 외환위기(경제성장률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시나리오별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지를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도 진행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12월 신한, KB, 하나, 우리, NH, BNK, DGB, JB 등 은행지주 8개사와 SC, 씨티, 산업, 기업, 수출입, 수협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이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 U자형(장기 회복)과 L자형(장기 침체)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비율(보통주자본비율 4.5%, 기본자본비율 6%, 총자본비율 8%)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당제한 규제비율의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에서는 상당수 은행이 미치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997년 외환위기보다도 더 큰 강도의 위기상황에서도 모든 은행들이 대체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다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배당제한 규제비율을 웃도는 경우 자율적으로 배당을 실시하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토록 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배당 제한에서 지주회사 소속 은행의 지주회사에 대한 배당은 제외되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산은과 기은, 수은 등 정책금융기관 역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편,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