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피하자"…차이나 리스크에 중학개미 탈출 '러시'
"일단 피하자"…차이나 리스크에 중학개미 탈출 '러시'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09.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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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 중화권 주식 보유량 30% 급감, 회수자금 美·日시장으로 이동
글로벌증시 호조세와는 반대 양상…"부동산개발업체 디폴트 위기 직격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중국 당국이 내놓는 각종 경기·증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중화권 주식 보관액도 30% 줄었다. 중국의 고도 성장과 맞물려 늘어났던 이른바 ‘중학개미(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차이나 리스크’를 피해 증시에서 발 빠르게 탈출하는 모양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중화권(중국·홍콩) 주식 보관액이 지난달 31억2197만 달러(4조1256억원)로 올해 1월(44억2278만 달러) 대비 29.4% 줄었다. 

중국 정부가 ‘선강퉁’(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을 출범시킨 2016년 12월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중화권 주식 보관액은 2021년 2월 73억296만 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휘청이기 시작하자 2022년부터 주식 보관액도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중화권 주식 보관액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로 올해 1월 전달 대비 14.8% 반짝 증가했다. 하지만 차이나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자 중학개미들이 발을 빼면서 지난달에는 2021년 2월 대비 57.2% 감소했다. 

한때 3만 5197건(2021년 1월)에 달했던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중화권 주식 매도·매수 결제 건수는 지난달에 당시의 3분의 2 수준인 2만 2304건으로 줄었다.

올해 글로벌 증시가 회복세에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늘린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올해 미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반도체 등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각각 18%, 35%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엔저 효과가 더해져 호황을 누리며 올해 22% 상승했다. 이에 ‘서학개미’와 ‘일학개미’들의 미국과 일본 주식 보관액은 각각 23.9%, 20.8% 증가했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건설 중인 주거용 건물의 모습. 사진=뉴시스

증권가 "중국 경기 회복 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것"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였지만 중국 정부가 실효성 있는 구제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한 달간 상하이종합지수는 5.2%, 선전종합지수는 6.8%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지난달 27일 증권거래세 인하를 단행했지만 매도세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5개월 연속 50 이하인 ‘위축’ 국면에 머물고 있다.

빅테크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와 크게 연관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홍콩 증시에서도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홍콩 증시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로 빅테크 및 금융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수 있지만 부동산 디폴트 우려가 금융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불안감, 또 중국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심리가 반영되면서 특히 외국인 거래 비중이 크고 상하한 제한폭이 없는 홍콩 증시가 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총액 자체가 크진 않아도 헝다, 벽계원 등 최근 디폴트 우려가 불거진 부동산 기업은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어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이 내놓은 증시 부양책도 아직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권거래소는 지난달 말 주식 거래 인지세를 기존 0.1%에서 0.05%로 인하하는 등 부양책을 실시했지만 조치 직후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증시 부양책이 발표된 뒤) 지난달 28일 상해종합지수는 정책 기대감으로 전일 종가 대비 +5%대로 개장했으나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1.1% 상승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부동산 및 증시 부양책이 실제 중국 경기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지표가 나온 뒤에 중국 증시에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박 연구원은 “9월에 본격적으로 발표될 8월의 실물(소비·생산·투자), 물가지표 반등과 더불어 정책 효과를 확인한다면 외국인의 수급은 회복될 여력도 충분하다”며 “외국인들이 중국 증시에서 선호하는 대형 소비주(음식료·가전·제약·여행 등)로의 접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정부의 강한 부양 혹은 지표 개선이 확인돼야 주식시장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추가 하락 여력이 낮지만 업황 개선에 따른 주가 반등이 기대되는 목원식품, 중국국제항공 등이 유망하다”고 예상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불안이 반복될수록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 속도도 빨라져 증시 반등을 도모할 것”이라면서도 “경제 심리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증시가 반등할 때마다 비중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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