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터널에 갇힌 자영업자"…대출·연체액 역대 최고
"고금리 터널에 갇힌 자영업자"…대출·연체액 역대 최고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0.0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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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말 대출잔액 1043조2000억…1분기比 9.5조 상승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연체액 7.3조로 1조 증가
美국채금리 계속 상승하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도 동반↑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자 사업상 빚을 진 자영업자들의 불안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고금리 통화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자영업자의 대출액과 연체액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역시 급등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경기 부진 충격을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현재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보다 9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수다.

연체액과 연체율도 오름세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연체액은 7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원 증가했다. 전체 금융기관 대비 연체율 역시 1.15%로 0.15%p 상승했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2014년 3분기 이후 8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경기둔화로 장사가 되지 않자 불어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2분기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약 9%(6조4000억원) 더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은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특정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업권 간 부실 전염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취약 차주와 비은행권 등의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했다.

문제는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채권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 금리는 16년 만에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이 자발적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기초체력이 수반되지 않은 채로 고금리와 원화 약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이에 한은은 이날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은 4.8%를 터치했고 일본의 10년물 금리도 0.77%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달러화도 거침없이 오른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장기 연휴에서 돌아오자마자 우리 금융시장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금리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5월 중순부터 위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어 지난달 26일에는 4.054%로 마감했다. 지난해 래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10월 중순 4.632%까지 치솟았을 때보다는 낮지만 올해 저점(3.148%)보다 0.906%p 오른 수준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신용도가 낮은 은행채 금리도 상승하고 이에 연동하는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은행연합회 자료를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는 6~8월 취급분이 5.17~6.03%로 1년 전 3.59~5.09%보다 하단 기준으로 1.58%p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더불어 단기 일시상환에서 장기 분할상환으로 부채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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