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 VS 환노출…고금리에 유리한 美 ETF는?
환헤지 VS 환노출…고금리에 유리한 美 ETF는?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0.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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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로 안정적 투자 노리지만...금리 오르자 헤지 비용↑
"장기투자로는 환노출 유리…환율이 주가 하락 방어 효과"
증권회사가 미국 ETF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는 가운데 고금리 시기에 유리한 미국 ETF 유형을 두고 서학개미(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안정적이라 여겨지던 환헤지 ETF가 고금리에 높은 헤지 비용으로 수익률이 줄어들자 대척점에 서 있던 환노출 ETF의 가치가 부각된 것이다.

지난 1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ETF 순자산 총액은 이달 12일 기준 110조238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6월29일 100조원을 돌파한 후 석 달여 만에 1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하반기 글로벌 증시는 미국연방준비제도(Fed)발 긴축 장기화 여파로 상반기 대비 현격한 약세를 보였다. 고금리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ETF가 수 조원의 돈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과 다르게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환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인 해외주식투자는 모두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증권을 기반으로 한 투자 상품 ETF의 경우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게 할 것인지, 받지 않게 할 것인지를 투자자가 결정할 수 있다.

환헤지 ETF는 환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투자 상품이며, 환노출 ETF는 환율 변동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상품이다.

그 중 환헤지 ETF은 환율 변동에 영향을 막기 위해 외국돈과 우리 돈의 교환 비율을 미리 확정하는 계약을 한다. 환헤지 계약은 보통 1년이나 6개월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따로 연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펀드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과 별도로 환헤지 비용을 따로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안정성을 내세우던 환헤지 ETF는 고금리 시대를 맞아 오히려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미국·유럽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가운데 환헤지 비용이 들다보니 지금처럼 원화가 약해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해외 통화 강세의 이득을 못 보고 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간 5.50%인데 반해 한국은 기준금리가 3.50%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대개 원화 하락과 달러 환율 상승이 발생한다.

환헤지 비용 때문에 원화 가격이 크게 내려가도 환헤지 상품 수익률이나 환노출 상품 수익률에 별 차이가 없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환율이 달러당 1442원에서 최근 1349원까지 6.5% 내려올 동안 환노출 상품인 TIGER 미국S&P500 상장지수펀드(ETF)는 15.3%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똑같은 S&P500에 투자하는 환헤지 ETF는 17.9% 수익률을 거뒀다. 환헤지 상품이 달러화 약세 효과를 차단했지만 환헤지와 환노출 상품 수익률 차이가 환율 하락분보다 작은 것은 기준금리 차이 때문이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달러화 환헤지 상품은 외환선물 만기가 다가오면 롤오버를 하는데 지금처럼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에 비해 2%p 가량 높은 상황에서는 롤오버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흔히 환헤지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글로벌 경제 쇼크로 미국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달러 가치가 올라 상쇄해주기 때문에 환오픈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 기준금리 역시 4.5%로 한국보다 높기 때문에 유럽에 투자하며 환헤지를 할 때 환헤지 프리미엄을 받는 것도 옛말이 됐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제로금리에 가깝던 유럽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며 연 1~2%의 환헤지 프리미엄으로 투자 수익률을 높였는데 이젠 반대인 셈이다.

이 본부장은 "흔히 우리가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것은 그 나라 경제가 좋아질 것을 기대하고 투자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따라 통화 강세가 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해외 투자에 환오픈으로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노출 상품인 TIGER 미국S&P500 ETF 가격과 원·달러 환율 추이. 이미지=네이버 증권

올해 들어 환헤지 비용이 투자 수익률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끼친 상품은 일본 증시에 환헤지로 상장해 있으면서 미국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현재 일본 기준금리는 -0.10%라 미국과 5%p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높은 환헤지 비용이 수익률을 크게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0엔이 900원대로 내려오면서 엔화가 지나치게 싸다고 판단한 일학개미는 올 하반기 들어 엔화를 가지고 일본에 상장된 미국 주식 및 채권 ETF에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엔화는 더 떨어지고 환헤지 비용만 많이 드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으면서 미국 국채 20년물에 투자하는 환헤지 ETF는 최근 한 달간 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국채 ETF(TLT)는 6.5% 하락했다. 미국에 상장된 ETF를 샀으면 2% 오른 달러화 가치가 손실을 일부 메꿨을 텐데 일학개미는 환헤지 ETF에 투자해 손실을 키운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만약 둘 중 하나의 상품에 장기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환노출 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을 장기로 봤을 때 결국에는 평균값에 수렴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는 세계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고 주가가 하락하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지만 상승하는 환율 덕분에 주가가 크게 빠지는 것을 방어해 줄 수 있어 환노출 ETF가 안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주식에 투자를 한다는 건 그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미래성장성에도 투자를 하는 것인데 여기서 환율을 헤징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환차익은 펀드 운용에 있어서 위험일수도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해외주식투자 펀드는 그 나라의 성장성에 투자하는 것이며 그 나라의 화폐 가치 역시 경제와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반대로 환율 하락이 해당 국가의 경기 부진 전망에서 비롯됐다면 해당 지역 주식펀드의 수익률 전망 또한 밝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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