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 1위 바이낸스, 자금세탁 혐의로 미국서 철수
코인거래 1위 바이낸스, 자금세탁 혐의로 미국서 철수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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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CEO, ‘5조5000억원’ 벌금 철퇴 맞고 사퇴
전문가 "바이낸스 합의 오히려 환영…ETF 길 열 것"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천문학적 벌금을 내고 직에서도 물러났다. 북한 이란 등 미국의 제재 대상과 거래하며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가 적발되면서다.

코인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가 사기 혐의로 선고를 앞둔 데 이어 자오창펑도 몰락하면서 가상화폐 업계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등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자오창펑은 혐의를 인정하고 CEO직에서도 사임하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바이낸스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키로 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은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바이낸스를 창업했다. 업계 1위를 공고히 하던 바이낸스는 2019년 뱅크먼프리드가 세운 FTX가 등장하면서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가상화폐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두 사람은 FTX의 재무구조 부실 의혹이 일면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자오창펑은 FTX의 토큰을 처분하겠다고 밝혔고, 이 발표는 FTX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져 뱅크런 사태까지 낳았다.

파산 위기에 처한 뱅크먼프리드는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바이낸스는 유동성 위기 해소 명목으로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하지만 기업 실사 결과 FTX의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바이낸스는 인수계획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결국 FTX는 지난해 11월 파산했고, 뱅크먼프리드는 증권사기, 돈세탁 공모,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7가지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은 뱅크먼프리드는 내년 3월 최종선고를 앞두고 있다. 모든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10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FTX의 파산에 기여한 바이낸스는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역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바이낸스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테러리스트, 사이버 범죄자, 아동 학대자에게 자금이 흘러가도록 허용했다”며 “(이번 합의는) 오늘과 미래의 가상화폐산업 전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가상화폐거래소가 미국 금융체계 혜택을 받으려면 규정을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낸스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악재가 해소됐다며 이번 사태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의견도 있다.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낸스의 종말은 앞으로의 암호화폐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우려보다 상황이 낫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암호화폐 업계의 다음 '빅스텝'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블랙록과 피델리티, 프랭클린 템플턴 등 대형사들이 비트코인 ETF 출시를 시도하는 가운데 이런 ETF 발행자들은 어딘가에서 비트코인을 조달해야 하며, 펀드를 신청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코인베이스와 계약을 맺고는 있지만, 가격 발견은 실제 바이낸스에서 이루어진다.

델파이 디지털의 마이클 린코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동성을 제공하는 곳은 코인베이스가 아니라 바이낸스"라며 "모든 투자자에게 자산 가격을 알려주는 회사의 CEO를 당국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면 어떻게 ETF를 승인할 수 있겠나. 이번 합의가 ETF 승인에 필요한 마지막 큰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오랫동안 비트코인 ETF 출시를 위해 노력해왔다. 올여름 블랙록의 깜짝 등장으로 출시 가능성이 커졌고, 이후 피델리티와 인베스코, 프랭클린 템플턴, 아크 인베스트 등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승인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일부에서는 더 빨리 승인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 투자자들은 꼭 비트코인 ETF가 아니라고 이번 바이낸스 사건은 시장에서 불확실성의 큰 원인을 제거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린코 애널리스트는 "많은 사람이 FTX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며 "투자자들의 기억 속에 '당국의 거래소 조사'라는 말은 즉시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인해 업계가 성숙하고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평가했다.

스완 비트코인의 샘 칼라한 수석 애널리스트는 "업계가 더 깨끗해졌다"며 "또한 바이낸스가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장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업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예사 야다브 밴더빌트대학교 법학 교수는 "자오창펑은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었던 만큼 그의 해임은 회사를 넘어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바이낸스는 올해 시장 점유율을 잃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의 주요 유동성 풀"이라고 전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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