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비트코인, '5만달러' 관측 이유는?
폭주하는 비트코인, '5만달러' 관측 이유는?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2.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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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4.4만 달러 선 돌파...올해 초 대비 150% 이상 상승
BTC 현물 ETF 승인 가능성↑...'유동성 급증' 호재 주목
내년 4월 BTC '채굴 반감기' 도래 후 공급량 감소 예고
비트코인 가격이 4만4000달러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가상자산의 대표로 손꼽히는 비트코인(BTC) 가격이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비트코인은 6일 오전에 4만4000달러(약 5773만원)를 넘은 뒤 조정을 거쳐 오후 3시 50분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 4만3684.58원(약 572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0% 이상 오른 수치로 올해 초와 비교하면 현재까지 150% 넘게 상승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4일 오전에 ‘테라·루나 사태’ 이후 20개월 만에 4만달러를 돌파한 뒤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오전 9시10분 시점 비트코인 가격. 이미지=코인마켓캡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10월에 전년 대비 3% 올랐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인 대신,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투자 수요는 늘었다.

루카 파올리니 픽텟 자산운용 수석 전략가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때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자산들이 최근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비트코인과 금을 예로 들었다. 

실제 최근 국제 금값도 온스당 2100달러(약 276만원)를 넘기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현물인 금은 이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면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6월 미 증권거래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이르면 내년 1월 승인이 예상된다. 현물 ETF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유동성과 투명성이 높아져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내년 4월로 다가온 ‘반감기’까지 비트코인의 겹호재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제한돼 있어 일정량이 유통되면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다. 반감기는 약 4년을 주기로 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차 반감기(2012년 11월)가 시작된 시점부터 다음 반감기까지 약 92배 상승했다. 2차(2016년 7월)와 3차(2020년 5월) 반감기 때는 각각 30배, 8배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7월 27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뒤 현재까지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1월 이후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지=뉴시스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긴축기조가 끝나가고 있다는 시장의 시대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주말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일축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정책이 제약적인 영역에 들어섰다"며 "인플레이션이 균형에 거의 가깝다"고도 언급했다.

시장은 "균형에 가깝다"는 말에 주목하며 연준의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이 2.4%까지 떨어지는 등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캠페인을 사실상 종료했다. 금리인하는 주식보다 더한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암호화폐에 호재로 작용한다.

가상자산 업계의 악재가 거의 청산된 것도 비트코인 랠리에 일조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2021년 11월 6만9000달러(약 9050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루나 코인 폭락,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2022년 11월 1만5000달러(약 1970만원) 선까지 떨어졌었다.

FTX 파산 사태는 이에 금전적, 법적으로 얽힌 수많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일시적으로 악화시켰지만 뱅크먼 프리드 전 FTX 대표가 110년 형을 선고 받음으로써 사태가 마무리됐다.

테라·루나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는 몬테네그로로 도피했지만 현지에서 체포됐다. 그는 현지 정부가 추방을 결정함에 따라 미국이나 한국 사법 당국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어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세계 1위의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 은행보안법(BS),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등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바이낸스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발표했고 자오창펑은 바이낸스 CEO는 혐의를 인정하고 CEO직에서도 사임하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테라·루나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3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같은 대형 거래소 파산과 CEO 리스크는 당시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단기적 악재이자 장기적 호재로 여기고 있다. 더 나올 악재가 없으니 시장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나 높이까지 올라갈지를 두고 5만 달러(약 6550만원)에서 최대 53만달러(약 7억원) 이상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고 알렸다.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내년 말까지 10만달러(약 1억3100만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 유동성이 풀리지 않으면서 비트코인 상승 폭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밀러타박플러스코의 매트 말레이 수석 시장전략가는 “시장에 지난 2020년과 2021년 같은 (자금)유동성이 생기지 않는 한 비트코인에 관한 낙관적 예상은 헛된 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확실치 않은 BTC 현물 ETF 역시 호재로 삼기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ETF 기대와 금리 인하에 대한 희망이 결합해 또 다른 투기적 광란을 불렀다”며 “ETF를 기다리다가 2만 달러 랠리를 놓친 사람들이 단지 ETF이기 때문에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자이 아야르 코인DCX 부회장은 “ETF 승인이 무산되면 이번 랠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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