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속도 붙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정치권 속내는?
[이지기획] 속도 붙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정치권 속내는?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4.01.0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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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국책은행 지방이전 요구 법안 발의 및 유치전 가열  
올 총선 앞둔 지역 표심 아닌 국책은행별 역할과 손익 따져야
법안 통과시 금융권·은행노조 강력 반발 전망…후폭풍 거셀 듯
(왼쪽부터)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사진=각 사
(왼쪽부터)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사진=각 사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요구하는 법안과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의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역 표심을 의식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1월 대전광역시 중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BK기업은행 본사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황 의원은 충청권에 지방은행이 부재한 상황이지만 중소기업 금융 수요는 많다고 지적했다. 대전이 대한민국 교통 중심지로서 지방 중소기업들의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시도 기업은행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작년 7월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기업은행 대구 이전 지원을 요청했다. 

대구시는 기업은행 유치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기업은행 본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2020년 8월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시에 두도록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전과 대구 이외에도 부산, 경남 등 타 지역도 기업은행 본점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산업은행에 이어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유치해 부산 금융허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상남도는 창원 등에 기업들이 많은 점을 내세우며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인천 부평을이 지역구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정부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원을 위해 수은의 부산 해양금융단 설치,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등을 추진한 것에 비해 인천은 상대적으로 관심받지 못했다"며 "수은 본점이나 주요 부서 이전까지 고려한 인천 지역경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가 우후죽순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본점 이전은 지방경제 활성화와 지역 금융 인프라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곧 다가올 선거를 대비해 지역 표심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조차 의결이 보류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작년 11월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법안 통과가 불발됐다. 야당 의원들이 산업은행 내부 반발을 이유로 법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들은 정부가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본점 이전 논의가 현실성 있게 다뤄질 수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작년 초 발표하려 했던 500여개의 공공기관 본점 이전 로드맵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이전 역시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법 개정 등 절차가 많이 남아 있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적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지역균형성장을 위한 산업은행 역할 강화' 자료에 따르면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고 2045년까지 비수도권에 125조1000억원을 공급할 경우 300조7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13조1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산은 측은 필수 조직과 인력 100여명만 남기고 모든 조직과 인력을 이전하는 방안을 채택해 금융위에 보고한 바 있다. 

연구용역을 맡은 삼일PwC는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방안'과 부산에 본점을 열면서 서울에도 기업고객 대응 기능을 남기는 '금융수요 중심형 방안'을 제시했는데 산은은 '지역성장 중심형 방안'을 택했다.
 
손실을 점친 결과도 있다.

산은 노조의 의뢰를 받고 한국재무학회가 추산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10년간 국가 관점에서 15조4781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 이전으로 창출되는 파급효과는 1조2450억원에 불과한데 축소효과는 16조723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국책은행 유치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지방세수 확보'가 꼽힌다. 기업은행을 예로 들면 약 900억원대의 지방세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 등의 파급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작년 10월 성명에서 '기업은행을 정치 무대에 올리지 마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본점 이전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노조 관계자는 "상장기업인 기업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지만 소액주주도 30% 이상"이라며 "지방 이전 후 주가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부가 알고도 이를 방임하면 배임죄"라며 "최악의 경우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국면에서 한국 정부를 제소한 것처럼 소액주주들에게 제소를 당할 수 있다"며 "법률전문가들인 정부여당 주요인사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도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자체 입장에선 메리트가 있겠지만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걱정이 앞선다"면서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는 지역 표심이 아닌 기관별 손익을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조언한다. 금융권 역시 올해 4월 총선까지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둘러싼 이견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논리가 앞서기 때문에 어느 기관이든 지방 이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특히 산업은행은 법 개정만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막상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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