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간다 싶더니"…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급제동'
"잘 나간다 싶더니"…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급제동'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3.08.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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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몰래 증권계좌 개설…과거에도 경영개선 경고 불이행 논란
금융당국 관계자 "선제적으로 미흡한 부분 부터 개선해야" 지적
대구은행 "금감원 검사에 성실히 임하며 문제점 고치는중" 답변
사진=대구은행 본점 전경
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대구은행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이 고객계좌 불법 개설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가운데 대구은행이 1년 전에도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분야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적발돼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고객 동의없이 임의적으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앞선 지난 8일 외부 제보 등을 통해 대구은행 직원 수십명이 몰래 고객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한 정황을 파악했다. 

문제가 된 대구은행 직원들의 계좌 불법 개설 행위는 여러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8월부터 대구은행은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 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데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또 고객에게 임의 계좌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 등을 동원했다.

해당 사건이 일부 고객에게 계좌 개설 안내문자가 가면서 이를 수상하게 여긴 고객이 대구은행에 신고하면서 알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아 더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금감원은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고객 자금 운용은 은행의 기본적인 핵심 업무”라며 “횡령을 한 본인 책임은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 금융당국 보고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은행이 작년에도 내부 통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작년 4월 금감원은 대구은행에 경영유의사항 16건 및 개선사항 37건을 통보했는데 여기에는 ▲명령휴가제도 운영 강화 ▲해외점포 내부통제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명령휴가제는 금융사고 발생 우려가 큰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금융사가 불시에 강제로 휴가를 보낸 후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동안 금융거래 내역, 업무 내용 등을 감사하는 제도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대구은행 다수의 점포가 명령휴가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었으며 명령휴가 미실시가 성과지표에 반영되는 비중도 적고 별다른 인사상 불이익도 없었다. 또한 해외점포 내부통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서도 그 결과를 해당 점포에 공식 통보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으며 해당 점포가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여부에 금웅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은행은 최소 자본금(1000억원), 지배 구조(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대주주 위법 여부 등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이밖에 사업 계획 타당성, 자금 조달방안 적정성, 인력·영업시설·전산 체계 등의 물적 설비 보유 여부 등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은행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연내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대구은행이 인가를 신청하면 신속하게 검토하겠다"며 "지배구조 이슈와 사업 계획이 얼마나 탄탄한지 추가적으로 확인하겠다. 빠르게 진행하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금융위는 예비인가를 건너 뛰고 본인가로 직행하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인가는 본인가 전 시행하는 사전 심사로 금융 당국에 사업 승인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성격을 갖는다. 실제 인가 효력이 없으며 필요시 건너뛸 수 있다. 통상 예비인가에 두 달, 본인가에 한 달이 소요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향후 인허가 절차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인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미흡한 부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왈가왈부하게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이번 사태로 대구은행의 직원 비리가 발각됨에 따라 시중은행 전환 계획에도 부정적인 입장이 미쳤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에 성실히 임하며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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