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담보대출 짬짜미' 적발…수천억대 과징금
4대 은행 '담보대출 짬짜미' 적발…수천억대 과징금
  • 최희우 기자
  • 승인 2024.01.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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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국민·우리·신한·하나에 심사보고서 발송
LTV 등 대출 정보 공유해 거래조건 담합 판단
사진=각 사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의 거래 조건을 짬짜미했다는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의 담합 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이들 은행이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담보대출 업무를 하면서 거래조건을 짬짜미해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물건별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에 필요한 세부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고객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대출 조건이 설정되지 않도록 담합을 벌였다는 것이다.이번 사건의 조사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 경쟁 촉진 대책 마련'을 지시한 뒤 본격화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분야는 민간 부문에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공정위는 윤 대통령의 지시 직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NH농협 등 6대 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대출 업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해 6월에는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대한 추가 현장 조사도 진행했다.

공정위 측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관계자 조사를 진행한 뒤, 시장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담보대출 거래 조건 담합 행위가 수년간 지속됐다고 보고 제재 의견을 담아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심사보고서에는 4대 법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과징금 액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은행들이 담보대출로 벌어들인 이득이 상당한 만큼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조사 초기 일각에서 제기됐던 '대출 금리 담합' 의혹은 이번 심사보고서에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월 현장 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도 최종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4대 은행들의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심의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발표한 '서민 생활 밀접 품목 불공정행위 집중 점검' 방침의 일환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석유와 주류, 통신장비, 금융, 아파트 입찰, 돼지고기 유통, OTT 서비스 등을 민생 밀접 품목으로 꼽으며 부문별 경쟁제한 요소 개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주류 도매업체의 납품가 담합 의혹, 돼지고기 가공업체의 가격 담합 의혹, OTT 서비스 업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의혹 등도 조사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건의 조사 여부와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련 업계에서 이런 대출이 추가로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출이 실행된 시점이 2021년 저금리 기조와 집값 급등이 맞물리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던 때라 우회적으로 사업자 주담대가 사실상 가계대출 용도로 유용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해당 시기 전후로 저축은행에서는 사업자 주담대를 부당 취급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작업대출이 적발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도 아니고 주담대 사례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희우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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