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조원 TDF 시장, 올해 '성적우수' 펀드는?
8.5조원 TDF 시장, 올해 '성적우수' 펀드는?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2.0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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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연금상품 TDF 설정액, 11월 기준 8조5940억원
TDF 시장 '다크호스' 된 KB자산운용, 미래·삼성 위협

KB온국민TDF2055, 3년 수익률 30%대로 전체 1위
시장점유율 1위 미래에셋은 5년 장기 수익률 1위
이미지=픽사베이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연말 퇴직연금 시즌을 앞두고 대표 연금상품 TDF 시장의 1년 성적표가 나왔다. 운용사별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다크호스;도 눈에 띈다.

KB자산운용이 빠르게 TDF 순자산을 늘리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제치고 점유율 3위에 올라섰다. 이후 TDF 시장 상위권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TDF란 'Target Date Fund(타깃데이트펀드)'의 약자로 '날짜를 정해 놓은 펀드'다. 펀드매니저가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잡고 생에 주기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자산 배분 펀드로 연금자산을 모아갈 때 하기 좋은 펀드로 꼽힌다.

TDF 이름에 있는 숫자를 '빈티지'라고 하는데 이는 목표 은퇴 시점을 말한다. 예를 들어 1980년생 근로자가 자시 은퇴 나이를 60세(2040년)로 잡는다면 TDF'2040' 펀드를 선택하는 식이다.

30일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11월 기준 TDF 설정액은 8조5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디폴트옵션(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 이후 TDF 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020년 말 4조2000억원에서 2021년 말 8조원으로 급증한 뒤 올해 초에는 1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시장 성장은 지속 중이다.

국내 TDF 시장 규모와 자산운용사별 점유율 그래프. 이미지=펀드가이드

TDF 시장의 본격 확대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의 경쟁 구도도 변하는 모양새다. 그중 KB자산운용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TDF 시장 점유율 1·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39%)과 삼성자산운용(18%)의 경우 설정액은 올 들어 각각 전년 대비 1000억원 가량 줄면서 각각 3조32970억원, 1조8260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3위를 차지한 KB자산운용(14%)의 설정액은 1조3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6억원(28.9%) 늘었다.

KB자산운용은 시장점유율도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9.3%에서 올해 10월 기준 11%까지 늘어난 뒤 이달 들어 14%까지 끌어올리면서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12%)을 제쳤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3%→38%, 삼성자산운용이 20%→18%로 하락한 것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연금 운용을 담당하는 글로벌 운용본부, OCIO(외부위탁운용관리)본부, 채권운용본부 3개 본부를 통합한 연금&유가증권 부문을 신설하며 퇴직연금 운용관련 부서를 통합, 운용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KB자산운용은 2011년 TDF를 선보인 이후 온국민·다이나믹TDF 시리즈 등 현재 총 15개 TDF 라인업을 구축했다. 온국민·다이나믹TDF 시리즈는 연초 이후 약 23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TDF 운용사 설정액 증가 1위를 기록 중이다.

수익률 면에서도 KB자산운용 TDF가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KB온국민TDF2055(언헷지)'는 3년 수익률 32.80%로 집계되며 TDF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상품은 뱅가드 S&P500 ETF, 아이셰어즈 S&P500 ETF 등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주요 자산으로 한다.

온국민TDF는 2017년 뱅가드와 협업해 출시한 KB자산운용의 대표 TDF다. 2021년 뱅가드 자문계약 종료 후 독자운용을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자산 배분으로 수익률 제고를 유지하고 있다.

3년 수익률 기준 만기별 TDF 순위. 이미지=펀드가이드

TDF는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운용사에서 자동 조절해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라 초기엔 위험 자산인 주식이,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이 높다. 숫자가 큰 TDF는 주식의 비중이 커 수익률도 더 높은 게 통상적이다.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KB자산운용 2055 빈티지가 2050, 2045 빈티지를 제치고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이유다.

KB자산운용의 온국민TDF의 수익률이 우수한 것은 패시브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온국민 TDF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 펀드 중심으로 운용된다. 시장 초과 수익률을 노리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변동성이 낮은 패시브 콘셉트인 것이다. 실제 수익률 1위인 ‘KB온국민TDF2055(UH)’는 뱅가드 S&P500 ETF, 아이셰어즈 S&P500 ETF 등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주요 자산으로 한다.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는 NH아문디자산운용 4개, 한화자산운용 3개,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각각 1개씩으로 구성됐다.

1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앞선다. 한투운용의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2060′이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TDF 역시 패시브 전략을 쓰는데, 국내 채권과 미국 성장주에 주로 투자한다.

반면 TDF 운용 규모만 3조원을 넘기며 TDF 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수익률면에선 다소 부족한 성적을 드러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D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미래에셋 전략배분TDF2050′으로 3년 수익률은 10.86%다. 30%대를 기록한 KB자산운용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지난해까지는 수익률 1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기대치를 밑도는 상황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는 2025, 2030, 2035, 2040, 2045 빈티지에서 3년·5년 장기 수익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국내 타 운용사와 달리 자신들은 TDF를 자체 운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래에셋의 설명대로라면 올해는 직접 운용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은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는 크게 ▲자산 배분 ▲전략 배분 2가지로 나뉜다. 자산 배분형은 수익률 상위권인 TDF와 마찬가지로 ETF를 담았으나 상대적으로 업종 ETF에 치중돼 있었다. S&P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함께 테크 업종 중심인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 섹터 ETF, 반도체 중심인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를 함께 담았다. 미래에셋의 자산 배분형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50(9.04%)′로 3년 수익률이 한 자릿수다.

전략 배분형은 주식과 채권 위주로 운용하는 기존 TDF와 달리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대표 지수 ETF가 주요 보유 종목이었던 KB온국민TDF와 달리 미래에셋전략배분TDF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삼성전자 등 알주식(개별 종목)을 주로 담고 있다. 개별 종목의 주가가 대표 지수보다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5년 수익률은 미래에셋전략배분TDF가 전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TDF는 자산배분이 중요한 상품이므로 시장을 맞히려고 해서는 수익률을 꾸준히 내기 힘들다"며 "디폴트옵션이 활성화될수록 퇴직연금에 최적화된 TDF를 내놓기 위한 운용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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