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2024 채권투자, 고금리 시대에 뜨는 단기물 채권 ①
[이지기획] 2024 채권투자, 고금리 시대에 뜨는 단기물 채권 ①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2.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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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년물 이하 단기채 위주 매수 추천
"금리 상승 시 채권 가격 하락 리스크 대비"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고금리 시대 금리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만기가 짧은 단기물 채권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도 명목 이자율이 더 높은 장기채보다 금리 변동까지 고려한 단기채 투자를 우선시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 기조를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가면서 고금리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채권 매수세가 만기가 10년 이상인 상품에서 1년 이하 단기 채권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눈에 띈다.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매도보다 단기물 매수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4∼20일) 개인투자자의 장외 채권 순매수액(1조9400억원) 중 만기가 6개월 이하인 단기채 비중은 38%를 차지했다. 6개월 초과∼1년 이하 채권 비중은 약 24%로 집계됐다. 1년 이하 단기물 비중이 이달 장외 채권 순매수액의 60%에 육박했다.

개인이 단기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개인투자자의 원화채권 잔고 듀레이션(채권에 투자한 원금의 평균회수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개인의 원화채권 잔고 듀레이션은 지난 20일 기준 3.57년을 기록했다. 올해 초 2.83년에서 지난달 3.74년까지 꾸준히 길어지다가 이달부터 짧아지고 있다.

종목별로 보면 개인의 단기채 선호 현상은 두드러진다. 지난달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채권은 국고채 3년물로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국고채 30년물에 관심이 많았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금리형 상품의 순자산(AUM) 규모가 처음으로 주식형을 넘어섰다. 지난달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를 추종하는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ETF 시장 개설 이래 20여년간 1위를 고수해오던 주식형 ETF인 'KODEX 200'을 제쳤다. 최근 순자산 규모 7조원도 돌파했다.

올들어 개인들은 장외 채권시장에서 29조8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채권 개미'라는 단어가 유행한 작년 순매수액 규모(20조6113억원)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고금리가 장기화할수록 주식 대비 채권의 매력도가 올라 채권 투자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이 고객 채권 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한 고객 수는 1만2147명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2659명)의 4.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체 투자 금액은 작년 8880억원에서 올해 2조342억원으로 129% 뛰었다. 다만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33억원에서 16억원으로 줄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의 여파가 만기별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며 "개인투자자들은 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을 매도하기보다 오히려 채권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시점에 과감한 채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변동성 높을 수록 만기는 짧게, "수익률 하락에 대비"

단순히 채권의 연 이자율만 고려한다면, 단기채보다 이자율을 높은 장기채 투자가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일견 타당해보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단순히 금리가 높다고 해서 채권, 특히 장기채 투자를 늘리는 것은 맹목적 자본이득에만 치중한 투자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기채 투자는 자칫 미래 손실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표면금리가 높아지는 대신 이미 발행해 유통 중인 채권의 표면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채권의 투자수익은 떨어진다. 때문에 새로 발행되는 채권에 비해 이미 유통 중인 채권은 매수 수요가 줄어들고 그 결과 매매가가 떨어진다.

금리 상승 시 기간물별 장기차 수익률 하락폭 그래프. 이미지=신한투자증권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자에게 또 하나의 적이다. 물가 상승은 금리가 정체되거나 상승하는 환경에서 채권의 가치를 절하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팬데믹 이후 구조적 인플레이션 요인들이 부각되며 고물가 환경이 고착화되고 있다. 2024년에도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어려워진다. 부진한 경기 흐름이 예상되더라도 연준과 한은 모두 고금리 기조를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가운데 채권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에서 0.2%p 상향 조정한 2.6%로 전망했다. 내후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다.

금통위 관계자는 “물가의 경우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 압력 영향으로 8월 전망 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과 올해 및 내년 물가 전망 상향 조정으로 물가 경계감이 상당히 높다.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향후 최소 6개월 이상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예상했다.

한국과 미국의 연도별 주요 채권 금리 그래프. 이미지=신한투자증권

전문가들은 인플레 등 불확실성이 많은 현 상황에서 단순히 장기채 금리가 높더라도 금리 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처럼 고변동성 장세에서의 장기 채권 매수는 향후 투자 손실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이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시점에는 단기채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장기채로 갈아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채권 비중을 늘려 자본차익에 집중할 목적이라면 금리 변동성이 지금보다 완화된 시점을 택하거나, 만기보유전략 하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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