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은 한국은행 "물가안정이 최우선"
새해 맞은 한국은행 "물가안정이 최우선"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03 06: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용 총재, 고물가 전쟁 승리 의지 밝혀..."재정확대·저금리 성장 끝났다"
금융시스템 유동성 고려...금융기관 보유 대출채권까지 적격담보 범위 확대
"부동산PF 등 금융불안에 특히 주의...질서 있는 정리 방안에 힘 보탤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한국은행에서 신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계속된 물가안정 정책 의지를 다시금 강조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도 발표하며 리스크 해소와 '금융 안정'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4년 신년사에서 "IT 제조업을 제외하면 올해 성장률이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아 한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라스트 마일이란 마라톤 등 스포츠경기에서 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을 말하는 것으로 물가 안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장의 인내와 협조를 구한 것이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며 "대내외 정책여건의 불확실성 요인을 세심히 살피면서 물가를 목표수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의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경로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세계 교역의 분절화, 중동·동유럽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선거 결과에 따른 국제 정세의 급변 가능성 등 외부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IMF는 향후 5년간의 세계경제 성장률을 연평균 3%대 초반으로 전망하는 등 대외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며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2.1%와 2.3%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나 높아진 물가수준과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특히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금융불안 리스크 대비책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총재는 "주요 선진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징후와 국내 부동산 PF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은 대출의 적격담보 범위를 금융기관 보유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고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정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관련 지표 그래프. 이미지=한국은행 

앞서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져 내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11월 중 상당폭 둔화했지만 이처럼 빠른 하락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2월 중 전월(3.3%)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뒤 추세적으로 둔화하며 내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2024년 상·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전망치를 각각 3.0%(근원물가 2.6%), 2.3%(2.1%)로 제시했다.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물가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가 하락하고 내수 부진으로 수요가 둔화할 수 있는 점 등은 물가의 하방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물가의 상방 위험 요인으로는 국제유가 재상승과 기상이변에 따른 국제 식량 가격 인상,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등이 잠재해있다. 누적된 비용 압력 탓에 주류, 대중교통요금, 여행·숙박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등 근원상품 가격 오름세의 둔화 흐름이 주요국보다 뚜렷하지 않은 점도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 정책 측면에서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폭 축소 등도 내년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전망 그래프. 이미지=한국은행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와 관련해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는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 입장이 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본격적 인하 논의를 시사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장이 과잉 반응하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연준이 내년 중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 금리를 확실히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기대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됐고 (우리나라도)환율과 자본이동 등의 (통화정책 결정의)제약 조건이 풀려 국내 요인을 봐가며 통화정책을 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골든타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재는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재정 확대와 저금리에 기반한 부채 증대에 의존해 임기응변식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 성장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이 산재한 만큼 여러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 총재는 올해 주요 연구 과제로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PF 부실화의 구조적 원인과 제도적 보완책을 꼽았다. 또 디지털 시대 뱅크런에 대응한 규제·감독체제,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요도를 고려할 때 한은 유동성 지원 장치 개선 사항,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 기능 활용 등을 제시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