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8연속 동결...물가·PF 딜레마 속 금리 '복지부동'
한은, 기준금리 8연속 동결...물가·PF 딜레마 속 금리 '복지부동'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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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통위 본회의서 금리 연 3.50%로 동결
지난해 1월 마지막 인상 이후 1년째 동결 지속
물가·부동산PF 등 상충되는 지표 대응 '딜레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한국은행이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8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출 부실 위험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서 머무르는 등의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2022년 4월과 5월, 7월(빅스텝), 8월, 10월(빅스텝), 11월 이어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 부동산 시장 위축 등 부작용이 커지자 지난해 2월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같은 해 3월·5월·7월·8월·10월·11월, 올해 1월까지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실상 지난해 초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1년 넘게 묶어둔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견고한 고용지표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매파적으로 확인되며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채금리는 반등하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보이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태영그룹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확산되며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45조1000억원 늘며 전년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1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000억원 늘어 전월(2조6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한 상황이다. 물가불안 우려 또한 확대되고 있다. 연간 기준 작녀(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를 나타내며 2021년 이후 한은의 물가 목표수준(2%)을 웃도는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후 한미 금리 격차 추이 그래프. 이미지=뉴시스

한은이 8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한마디로 부동산PF·물가·경제성장·가계부채 등 상충적 요소들의 복합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 때문이다.

한은(2.1%)과 정부(2.2%)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LG경영연구원(1.8%)·신한금융지주(1;7%)·KB금융지주(1.8%) 등은 고금리·물가에 따른 소비 부진 등을 근거로 지난해(한은·정부 1.4% 추정)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우리 물가상승률도 점차 2%에 근접해 갈 것이지만 목표 수준에 안착 되는 시기는 불확실하다”며 “마라톤에서의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반드시 물가안정을 이뤄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한은의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서비스 물가의 둔화세는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여전히 불안한 물가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가기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외 수요부진 심화, 유가 하락 등의 하방리스크와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유가 재급등,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강화, 기상이변 등의 상방리스크가 혼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동결 행진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하반기부터 비로소 한은의 금리 인하도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2%p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월 첫 인하를 예상하며 "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이때쯤 서비스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도 뚜렷해지면서 한은의 정책 대응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금통위원들은 추가적인 금리인상 없이도 물가안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전히 물가가 한은이 목표로 하고 있는 2%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지도, 인하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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