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달 전 '신용사면' 논란…"제때 갚으면 호구냐"
총선 3달 전 '신용사면' 논란…"제때 갚으면 호구냐"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4.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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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2000만원 이하 연체자 5월까지 변제하면 신용회복"
최대 290만명 기록 삭제…예상이자 감면 50~70%로 확대
일각 '도덕적 해이' 지적, 성실한 상환자 역차별 우려 제기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에게 힘이 되는 신용사면'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정부와 국민의힘이 총선을 3달 앞두고 연체자 수백만명의 신용을 회복해주면서 역차별 논란이 퍼지고 있다.

연체자에 대한 불이익이 없으면 제때 상환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정보를 제한받은 금융기관이 연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연체채무 전액 상환자 최대 290만명에 대한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기로 지난 11일 협의했다고 밝혔다.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자 중 오는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신용취약계층이 대상자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에게 힘이 되는 신용사면’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고금리·고물가 같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연체했지만 이후 전액 상환해도 과거 연체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금융거래와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연체 기록이 삭제되면 신용점수가 상승해 카드 발급과 좋은 조건의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정상적인 금융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수급자 등에 대한 신속채무조정 특례도 확대된다. 당정은 통신업계와 신용회복위원회가 협의해 최대 37만명으로 추산되는 금융·통신 채무 동시 보유자에 대해 통합 채무조정을 실시한다.

신복위 채무조정은 연체 기간에 따라 30일 이하는 신속채무조정, 31~89일은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90일 이상은 개인워크아웃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신속채무조정의 경우 연체가 30일 이하이거나 연체가 우려되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속채무조정 특례 지원 대상 가운데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고령자 등에 대해서는 이자감면폭을 50~70%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조치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5000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 의장은 “이를 통해 연간 기초수급자 5000명 정도가 상환부담을 덜고 신속히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당정 협의사항의 신속한 이행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5일 은행회관에서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금융사들과 관련 내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신용회복 지원의 연장선상에서, 소액연체자 중 연체금액을 전액상환한 경우 신용정보원과 금융회사, 개인신용평가사(CB) 등이 당사자의 연체이력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활용을 제한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신용회복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서민 및 소상공인들의 정상적인 금융생활 복귀를 돕고 전액 상환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채무변제를 독려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며 "금융권이 서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만큼 금감원도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연체무 전액 상환자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 ▲기초수급자에 대한 신속채무조정특례 지원 강화 등 3가지 신용회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연도별 개인사업자 대출 및 연체율 추이. 이미지=뉴시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추진해 온 소상공인 금융정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정부의 금융정책은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 '연착륙'에 초첨을 맞췄지만 이 문제는 지금도 만성적인 리스크로 남아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1년 전보다 대출 증가폭은 줄었지만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비율인 '연체율'은 갈수록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21일 내놓은 '2022년 일자리행정통계 개인사업자 부채(잠정)'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액은 1억7918만원으로 전년(1억7717만원)보다 1.1%(201만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평균 대출 증가율은  2019년 2.4%(372만원)에서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5.4%(869만원)로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5.3%(887만원) 늘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8월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연체가 발생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들을 위해 금융권 협약을 체결해 신용회복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협약은 2020년 1월1일부터 2021년 8월31일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 소액연체를 그 해 12월31일까지 전액 상환할 경우 연체이력정보를 금융사 간에 공유·활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용사면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기존 상환 기일을 어겨도 불이익이 없을 경우 앞으로도 제때 상환하지 않는 차주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성실하게 원금과 이자 등을 상환해 온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꾸준히 언급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 때 연체한 분들은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다기보다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연체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연체사유를 일괄적으로 '통제할 수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신용정보 열람이 제한돼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는 건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정보가 제한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금융자산은 한정돼있는데 정보 격차로 인해 효율적 배분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로 인한 리스크는 금융기관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번 조치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의 차주의 연체 증가로 인한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고 가급적 성실하게 상환의지가 있는 차주 위주의 선별 사면이 필요해보인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성실차주 선별에 대한) 연체횟수, 연체 대비 채무상환비율 등 성실차주가 되기 위한 세부요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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