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시작한 수수료 '치킨 게임'…뜨거운 점유율 싸움
빗썸이 시작한 수수료 '치킨 게임'…뜨거운 점유율 싸움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0.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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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코빗·고팍스, 0.04~0.25% 수수료 차례로 무료화 선언
점유율 제고 우선시한 출혈경쟁으로 영업이익 급감 위험
업비트 동참은 미지수...코인시장 점유율 순위 변동은 '아직'
빗썸이 지난 4일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작한 이래 지난 20일 코빗이 수수료 무료 선언에 동참했다. 사진=코인원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빗썸을 비롯한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중 3개 거래소가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시작하면서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국내 점유율 1위 사업자인 업비트가 가상자산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방안이 될지 혹은 '치킨게임'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가상자산 업계 2위의 점유율을 유지하던 거래소 빗썸은 지난 4일 오후 6시부터 기존 0.04~0.25% 수준이던 거래 수수료를 0%로 변경했다. 

지난 8월 초부터 매주 10개 가상자산을 선별해 수수료 무료 적용을 시작했고 10월부터는 모든 가상자산으로 범위를 넓히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벤트의 목적은 가상자산 시장 내 점유율 끌어올리기다. 

빗썸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다른 거래소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9월 기준 10% 초중반대 점유율에서 현재 20% 가까이 나오고 있어 점유율은 오른 상태"라며 "향후 앱 편의성이나 기능 향상을 위한 업데이트를 추가적으로 단행해 고객들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빗썸과 업비트라는 두 고래의 점유율 싸움에 다른 거래소들도 부랴부랴 수수료 무료화에 동참하고 있다.

점유율 4위인 코빗은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자사에서 거래지원 중인 전체 가상자산에 대해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 이벤트를 실시했다. 지난 23일부터는 한 술 더 떠 가상자산 입금 이벤트를 시작했다.

코드(CODE) 트래블룰 솔루션 가입 거래소에서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100만원 이상 코빗으로 입금한 고객 전원에게 5000원 상당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다.

코빗은 지난해 4월부터 고객의 메이커 주문 체결 시 거래 금액의 0.01%를 고객에게 오히려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8개월간 메이커 체결로 지급된 인센티브 액수는 10억원에 달한다.

거래 혜택을 늘려 고객 점유율을 확보하는 대신 거래 수수료를 포기하는 고육지책을 택한 셈이다.

점유율 5위인 고팍스도 수수료 무료 게임에 참전했다. 고팍스는 지난 24일 오전 10시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USDC, 리플에 대한 거래 수수료 무료 및 출금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시작했다. 

지난 24일 고팍스가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국내 5대 코인 거래소 중 3곳이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했다. 이미지=고팍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점유율 3위 거래소인 코인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재 빗썸과 코빗의 수수료 무료화 정책에 발맞추지 않으면 자칫 4위 사업자인 코빗에게 점유율을 따라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영업실적을 고려하면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거래 수수료 무료화 정책 이후 당장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코인게코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평균 12.3%였던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이달 5일부터 22일까지 평균 점유율이 18.8%까지 올랐다. 반대로 9월 평균 점유율이 85.6%였던 업비트의 경우 같은 기간 점유율이 79.2%까지 하락했다.

지난 10일에는 빗썸의 최고 점유율이 30.4%까지 치솟기도 했다. 거래대금 역시 증가 추세다. 이 기간 이 외 사업자의 평균 점유율은 코인원이 1.8%, 코빗 0.1%, 고팍스 0.1%다. 특히 코빗과 고팍스의 경우 9월 평균 점유율 각 0.2%에서 모두 0.1%로 내려갔다.

다만 이들이 모두 출혈경쟁에 뛰어들더라도 1위 사업자인 업비트가 수수료 무료화를 선언할지는 미지수다. 업비트가 거래 인프라와 광범위한 코인 거래 서비스, 기존 고객을 수수료를 무료화하지 않을 경우 시간이 지날 수록 나머지 거래소들의 손실만 커지게 된다.

3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수료 무료화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업계에 번진 수수료 무료 정책이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인해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5대 거래소 간 순위가 그대로 유지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이벤트가 거래소의 사업 지속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 구조는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이 수수료 매출에 의존하는데 거래 수수료를 수취하지 않으면 사실상 매출이 '제로'(0)에 가까워 플랫폼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수료 무료화를 실시한 3사의 재무적 여건도 좋다고 하기 어렵다.

빗썸은 올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319억원, 영업손실 34억원, 당기순손실은 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수료 매출이 급감한 여파로 영업이익이 91% 감소했다. 빗썸의 올 상반기 누적 수수료 매출은 82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2047억원) 대비 59% 감소했다.

코인원 2대주주(21.95%) 컴투스홀딩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인원의 매출액은 전년동기(224억원) 대비 반토막 난 112억원, 반기순이익은 105% 감소해 8억778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빗 지분을 32.7% 보유한 SK스퀘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코빗은 최근사업연도 당기순손실이 500억원에 달한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무리하면서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그만큼 1위 사업자 이하 거래소들의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다"며 "다만 1위 사업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거래소끼리 치킨게임에 돌입하게 될까봐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 시장에서 치킨게임 후 이탈자가 나온 것처럼 안 그래도 현재 원화마켓거래소가 5개 사업자밖에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줄어들면 결론적으로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독점 우려를 제기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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