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미국서 풀려도 국내 도입은 '아직'
비트코인 ETF, 미국서 풀려도 국내 도입은 '아직'
  • 정석규 기자
  • 승인 2023.11.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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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위원장, ETF 승인 검토...내년 3월 이전 승인 결정
비트코인, 기관 자금 유입으로 상승...ETF 승인 기대 반영
금융당국 “비트코인 법적 성격 규정 안 돼...美 상황 주시”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여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쓸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미지=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미국 내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상품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상자산 성격 규정과 제도 미비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비트코인 관련 ETF 상품 출시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 ETF만 승인한 상태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증권집행포럼(Securities Enforcement Forum)에 참석해 "SEC는 현재 8∼10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현재 심사 중인 비트코인 현물 ETF는 10개에 이른다. ETF 신청을 제출한 자산운용사는 ▲블랙록 ▲피델리티 ▲그레이스케일 ▲21셰어스&ARK ▲발키리 ▲비트와이즈 ▲반에크 ▲위즈덤트리 ▲인베스코&갤럭시 ▲글로벌X 등이다.

당시 겐슬러 위원장은 "제출된 신청서는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넘어올 것"이라며 "예단하지 않겠지만 시기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15일 올해 첫 연방관보에 기재된 21셰어스&아크의 비트코인 ETF 신청에 대한 심사 마감일이 내년 1월10일이다. SEC는 늦어도 블랙록, 피델리티, 비트와이즈 등 7개 업체가 낸 신청에 대한 심사 마감일인 내년 3월15일까지는 비트코인 ETF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미국 출시 가능성이 열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물 ETF가 승인되면 기관 투자자들이 기존 시스템인 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현재 ETF 신청 기업들의 종합 자산운용액(AUM)이 15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이들이 비트코인 ETF에 AUM 1%를 투입하면 현 비트코인 시총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550억 달러가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10% 넘게 뛰며 한때 47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4600만원대로 하락한 뒤 7일 오전 11시 5분 시점에서 코인마켓캡 기준 약 455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470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가상자산 투자운용사 갤럭시 디지털은 지난 2004년 11월 금 현물 ETF가 상장됐을 당시 금 가격 추이를 고려했을 때 첫 해 비트코인 가격이 74%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ETF 운용자산(AUM)은 약 10조달러로 추산되는데 보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전세계 ETF AUM 중 1%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된다면 이는 금 ETF AUM 900억달러를 상회한다"며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자금 유입 규모로 볼 때 현물 ETF 가격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이 4100만원대를 뚫으며 장중 연고점을 돌파한 지난 7월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정부는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심사 과정을 주시하면서도 국내 도입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아직 비트코인 관련 ETF 출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현행법상 ETF 출시를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비트코인 ETF처럼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품일 경우 제도권 편입 선례가 없어 금융위원회의 방침이 우선 정해져야 하는데 이조차도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비트코인 ETF와 관련해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언제 국내에서 출시가 가능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이 아직 규정되지 않았고 가격이 가상자산거래소마다 다르게 나와 ‘일물일가’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상품 출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역시 “아직 비트코인과 관련해서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내용만 있고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자산인지 아닌지조차 정해지지 않아 기초자산으로 삼기가 어렵다”며 “가상자산거래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만큼 어떤 가격을 적용해야 하는지 혼돈이 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우선은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과 관련해 어떤 결론이 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그동안 시세 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를 어떻게 접근할지 유의 깊게 보고 있다”며 “미국 상황을 살펴본 뒤 국내에서도 법규 개정 진행 상황을 보고 ETF 출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비트코인 ETF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이미 비트코인 관련 ETF 상장을 준비해본 경험이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법인 자회사 글로벌엑스는 지난 8월 미국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했고, 그보다 앞서 지난 1월 삼성자산운용은 홍콩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 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운용사들이 당국의 허가만 있다면 비트코인 관련 ETF를 내고 싶어 한다”며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있다면 운용사는 시장이 있다고 보고 뛰어들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물론 디지털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선결돼야 할 조건들이 있다.

우선 수탁 은행 이슈가 있다. ETF가 투자하고 있는 기초자산은 운용사로부터 독립된 수탁 은행에 보관돼 있다. 이로 인해 ETF는 기업의 상장 주식과 다르게 운용사가 파산해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디지털 자산의 경우 중앙화 거래소(CEX)에서 거래가 이뤄져도 이는 거래소 내부 장부에서 이뤄지는 거래일뿐이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거래소를 수탁 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 경우 블록체인 지갑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도 문제다. ETF는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유동성공급자(LP)들이 매수·매도 호가를 조성해야 한다. 이때 해당 ETF에 대해 매수 호가를 제출한 LP 입장에서는 매도 포지션을 확보하는 헤지(위험 분산) 거래를 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24시간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LP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크다 보니 분명히 쉬운 상품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금이나 채권도 대부분 장외에서 거래되고, S&P500 선물은 23시간 거래되지 않나. 제약 요건을 풀려고 하면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트코인에 대한 성격이 규정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에 발행되면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도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국민의 노후 보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단순히 하나의 ETF를 승인하느냐 승인하지 않느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는 문제다”고 강조했다.


정석규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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